[기자수첩] 호주머니 챙기기 급급한 기초의회를 바라보며
[기자수첩] 호주머니 챙기기 급급한 기초의회를 바라보며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2.10.31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5개 자치구 의원들 일제히 월정수당 셀프 인상
대전 중구의회 2023년 의정비 결정 주민공청회.<br>
대전 중구의회 2023년 의정비 결정 주민공청회.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대전의 구의원들이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본인 월급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여 시민이 계속 들끓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4년간 얼마나 세금을 낭비할 지 생각하니 고구마를 물 없이 삼킨 듯 답답하다.

러-우전쟁과 포스트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IMF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에 높여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전 5개 기초의회는 개회 3개월 만에 많게는 월 80만원, 적게는 월 60만원의 월정수당을 셀프로 인상했다. 이 비용은 모두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지역민의 대표로서 봉사해야 하는 기초의회 의원들이 서로 밀약해 월정수당부터 챙기는 모습은 조선 말 혼란의 시기, 민초의 고혈을 쥐어짜 자신의 뱃속만 챙기는 탐관오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일탈을 견제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떤 재발방지 논의도 공론(空論)에 그칠 것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로 인해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박살이 났다는 점이다. 일자리가 없어 구민들은 최저 시급도 못 받는데, 구의원들은 ‘돈을 많이 받아야 일을 더 잘할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명분을 들어 의정비 단합을 정당화했고, 이를 근거로 인상을 결정했다. 아니 세상에! 정치인이라는 종족은 선거철만 지나면 시민들의 눈높이를 이리 낮게 본단 말인가?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 제9대 기초의회는 앞으로 4년이라는 기간이 남았고, 이번 만행(?)으로 인해 시민들은 ‘제 밥그릇만 챙기는 기초의원이 주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거듭 질문할 것이다. 이번 의정비 셀프 인상이 정계에서 ‘자충수’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어찌 됐건 현행법으로는 지방의원들이 자기 월급을 셀프로 올리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대전뿐 아니라 광주, 대구, 전남 등 전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들도 매번 똑같은 짓을 하고 있어 개정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이들의 일탈을 단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심판뿐인 셈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술에 취한 채 길거리에 침을 뱉는 모 의원 후보를 본 적 있다. 그는 선거복을 입지 않은 자신을 지역 주민들이 못 알아챌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다음날 당협에 접수된 정의로운 시민의 민원으로 인해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필자는 대전의 시민들을 우롱하고 혈세로 잇속 챙기기 급급한 지역의원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적어도 2026년 6월3일까지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