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별을 사랑한 남자
닿을 수 없는 별을 사랑한 남자
  • 백영주
  • 승인 2023.02.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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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고흐 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고흐 作, ‘별이 빛나는 밤’, 1889.

[대전=뉴스봄] 백영주 갤러리봄 대표 = 별을 사랑하고, 별빛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그렇게 강렬하게 눈에 새겨주는 화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자동차 CF에도 등장한 ‘별이 빛나는 밤에’가 가장 사랑받고 있지만, 별자리에 관심이 많다면 북두칠성이 한가운데 박힌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더 뇌리에 남을 것이다.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있다.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소리가 들려.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 별은 심장처럼 파닥거리며 계속 빛나고,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흐는 별을 사랑했다.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 속에서 그가 얼마나 밤에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작품의 대부분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밤하늘은 짙고 강렬한 붓 터치가 단연 눈에 띈다. 북두칠성을 담은 큰곰자리는 중앙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데, 별의 가운데에 흰색 물감을 발라 하이라이트 효과를 줬다.

고흐 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1889.

원래의 밑그림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프랑스 미술관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흐는 다양한 단계를 거쳐 풍경을 구상·변형시켰다고 한다. 특히 작품의 X선 촬영사진을 보면 마지막에 그린 것들이 처음과는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작품을 수정하기 위해 일정 질감의 두께로 물감을 칠한 붓 터치의 변화된 방향도 확인할 수 있다.

애초에 고흐가 잡았던 이 작품의 초점은 화폭의 강둑 입구 쪽으로 둑과 지평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지점이었다. 이 최종 완성 작품에서는 그가 원했던 것처럼 구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주의를 빛과 하늘 쪽으로 이동시켜 초점이 조정됐다.

자연광과 인공의 빛을 결합하고자 했던 그는 강가가 이루는 곡선 위로 노란색 붓 터치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작은 불빛들을 찍어 표현해 ‘아를의 빛’을 작품 속에 투영했다. 비평가 루이 반 틸보르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 고흐는 하늘에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하기 위해 전경의 땅을 축소시킴으로서 작품 속에서 ‘무한의 공간(하늘)에 대한 은유’를 창조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선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독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면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그에 비해 고요한 느낌마저 든다. 구석에는 로맨틱한 연인의 모습까지 그려내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 연인은 실제로 존재했다기보단 고흐의 심리상태를 드러낸 게 아닐까 싶다. 그의 마음을 투영한 ‘지상의 연인’은 서로 팔짱을 낀 채 밤하늘 아래를 오붓하게 걷고 있지만 현실인 ‘천상의 별’은 각자의 거리를 유지한 채 가까워지지 않는다. 항상 그 자리에서 홀로 빛날 뿐. 아름답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별과 지상의 연인.

이는 순수한 예술에의 갈망을 불태웠지만 생전엔 예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인간적인 교감조차도 순탄치 못했던 고흐의 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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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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