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정부의 재무위험기관 선정 후, 재무건전화 위해 불가피”
【대전=뉴스봄】 윤규삼 기자 = 한국서부발전이 신재생에너지에 써야 할 녹색채권 3200억원을 LNG발전소 건설에 사용한 배경에 윤석열 정권의 재무적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서부발전(주)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발전공기업들에 대한 ‘재무위험기관 선정’ 압박 때문에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해 발행한 녹색채권을 LNG발전에 투자했다. 정부가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들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자, 이에 압박을 느껴 애초 신재생 투자계획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건설해야 할 LNG발전소(김포열병합) 투자로 변경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한국서부발전을 포함한 발전공기업들이 ‘신규발전소 건설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부채비율이 증가’했다며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했다.
재무구조가 불안한 공공기관 10곳을 따로 뽑아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하도록 하고, 개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까지 부여한다는 계획이었다.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도 새정부 기조에 맞춰 해임될 수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발전공기업들의 녹색채권을 사용한 LNG발전소 건설은 2022년에 급격히 증가했다. 장 의원실이 발전공기업 5개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부발전을 제외한 발전공기업 4개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자사 발행 녹색채권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LNG발전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남동·남부·서부·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4개사가 LNG발전에 투자한 금액은 2조 4190억원에 이른다. 반대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녹색채권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규모는 2021년 1조4900억원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8619억원, 2023년 500억원 규모로 대폭 줄었다. 2024년에는 발전공기업 5사 모두 녹색채권을 일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지 않았다.
특히 서부발전은 장 의원실에 재무위험기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서부발전은 녹색채권 5990억원을 LNG발전소 신설을 위해 사용했고, 같은 시기 녹색채권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710억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22년 3월에는 녹색채권 1300억원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연료전지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공시해 발행하고서는, 전액을 LNG발전에 투자하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정권교체 후인 2022년 6월 발행분부터는 LNG발전 투자도 채권투자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7월, 기후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서부발전이 재생에너지 투자 목적으로 발행한 녹색채권을 LNG발전소 건설에 사용해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발전공기업들이 녹색채권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줄이고, LNG발전에 투입한 대거 투자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2022년 6월 발전공기업에 대한 ‘재무위험기관’ 선정을 통한 압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서부발전뿐 아니라 2022년에 발전공기업들이 일제히 LNG발전에 대한 녹색채권 투자를 늘렸다”며 “윤석열 정부가 취임 직후 발전공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투자로 부채비율이 늘었다고 압박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발전공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공적책임이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재무건전성’을 들이밀며 발전공기업들을 기후악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