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산건위, ‘답정너’ 현장조사
대전시의회 산건위, ‘답정너’ 현장조사
  • 구태경 기자
  • 승인 2019.03.0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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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성능 등 비교·확인 못해
실제 사용한 선수 없어 인터뷰도 무산
“육안으로 봤을 때 45mm가 더 낫지 않나...”
대전시의회 산건위 위원들이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담당자에게 광주FC연습구장에 인조잔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시의회 산건위 위원들이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담당자에게 광주FC연습구장에 인조잔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뉴스봄] 구태경 기자 = 대전시의회가 실시한 광주 현장조사가 우려한 대로 집행부에 면죄부를 주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이광복 산업건설위원장을 비롯한 산건위 소속의원들과 이동한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장 등 14명은 최근 잇따른 비리의혹으로 몸삻을 앓고 있는 안영동 생활체육단지 인조잔디 수의계약과 관련해 예고대로 5일 현장조사를 통한 의혹 해소를 위해 광주FC 연습구장과 합천 삼가체육공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현장조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당초 산건위가 현장조사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언급했던 ‘실제 사용해본 FC 선수들의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적된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의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FC 선수들이 나오지 않은 것. 심지어 지난해 12월에 완공돼 최근 인수인계까지 FC 선수들은 한 번도 해당 구장을 사용치 않은 것으로 거듭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기자회견부터 수차례 언급돼왔고 그로 인해 견제와 감시의 책무를 갖고 있는 의회가 오히려 대전시의 이번 수의계약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키 위한 현장조사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첫 현장조사지 광주FC전용연습구장에서 산건위 의원들은 자리에 함께한 광주시 건설본부 관계자에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필드글로벌사의 45mm 인조잔디를 선택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광주시 관계자는 “개방해서 여러 시민이 사용하는 구장으로 할 것이었다면 더 많은 고민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광주FC의 연습이라는 목적이 확실했다”며 “FC선수들도 금오고등학교 축구장을 모델로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점만큼은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FC구장과는 달리 대전시가 조성하는 안영동 축구장 인조잔디는 선수들이 아닌 시민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단지’라는 점을 놓고 볼 때 광주시가 위탁받아 계약한 것과는 궤를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FC선수들이 모델로 요구한 금오고 축구장은 45mm이긴 하나 충진재가 깔려 있으며 광주FC구장 역시 충진재가 들어 있어 대전시가 계약한 충진재 없이 패드와 규사로 구성된 제품과는 달라 광주FC구장에서 20여 분의 현장조사는 큰 의미가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김찬술 부위원장은 “여기에 오기 전에 여러 축구선수들에게 물어봤는데 55mm에 충진재를 넣은 것은 뛰는 데 있어서 체력소모가 심하다고 한다”며 “(선수들은)탄성매트가 깔려있는 45mm 쪽이 바닥이 단단해 선호하는 편”이라고 패드가 포함된 쪽을 옹호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우리 집행부’가 보내준 자료를 보면 K리그에서는 2020년부터 패드를 포함시키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55mm 인조잔디로 조성된 보라매체육공원에 들러 45mm와의 차이점을 확인코자 했으나 객관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대전시의회 산건위 의원들이 이창기 합천군 시설관리계장으로부터 45mm 패드 포함형식의 인조잔디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시의회 산건위 의원들이 이창기 합천군 시설관리계장으로부터 45mm 패드 포함형식의 인조잔디의 설명을 듣고 있다.

두 번째 현장조사지 합천 삼가체육공원에선 이미 합천군 의장을 비롯한 군청 관계자 등이 모여 현장조사단을 맞은 이후 곧바로 이창기 합천군 시설관리계장의 브리핑을 이어졌다.

이 계장은 “이곳은 2009년부터 10년간 충진재 유실이나 부분침하로 인한 안전사고로 민원이 잦았던 곳”이엇다며 이에 “잔디를 충진재가 없는 45mm 규격의 인조잔디로 변경하고 지난 1월21일 완공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계장은 “(대전시가 계약한 것과 동일한)이 제품은 충진재 보충이 없어 예산낭비가 없고 농경지나 하천오염이 없으며 부분침하가 없어 안전사고 위험이 낮다”면서 대전시가 해당 업체 대표와 관계자를 동석시켜 논란을 일으킨 지난달 13일 간담회와 같은 내용을 말했다.

산건위는 지난 20일 기자회견 후 해당업체에게 시공 자료를 받아 뒤늦게 같은 제품을 시공한 곳을 찾았으나 이곳 역시 광주FC전용구장과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에게 개방치 않고 현재 고교 축구부 한 곳이 연습에 사용한 점을 미뤄볼 때 일반 시민의 생활체육시설인 안영동과는 목적이 다르고 두 곳 모두 운영기간이 짧아 축적된 통계가 없어 비교가 어려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축구장을 둘러본 김 부위원장은 현장조사에 동행한 기자단을 향해 “육안으로 봤을 때 55mm보다 45mm가 더 좋아 보이지 않나요?”라고 물어 자리에 있던 몇몇 기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55mm 인조잔디였던 보라매 체육공원은 조성된 지 8년이 넘어 잔디가 모두 누워있는 상태였고 45mm의 두 곳은 조성된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서다.

이 위원장은 현장조사 일정을 마치고 이번 현장조사에서의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충진재 공법과 몰타 공법, 패드의 차이에 대해 더 자료를 수집해 알아보고 전문가의 자문도 구하겠다”라면서 “빠른 시일내에 의견을 내겠다”라며 향후 계획을 대답으로 대신했다.

결국 이번 한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현장조사는 시의회가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을 확인하고 시의 행정추진에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에 비해 그리 큰 성과는 얻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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