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는 자연산삼을 절도하는 자연삼 절도범(?)”
“심마니는 자연산삼을 절도하는 자연삼 절도범(?)”
  • 홍영선
  • 승인 2019.03.26 0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인삼 지키려는 전통심마니의 꿈…설 자리 없어

[뉴스봄=홍영선 칼럼니스트] 산삼을 캐는 사람을 ‘심마니’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심메마니’라고 표기하며 풀어쓰면 (심=양질의 산삼 -진), (메=캐다, 돋는다), (마니=사람)으로 3개의 은어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이 ‘심메마니’를 줄여서 ‘심마니’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심메마니’라는 명칭보다 더 오래 된 명칭이 바로 ‘채삼꾼’입니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산삼을 캐는 사람을 ‘채삼꾼’으로 부르다가 언제부터 ‘심메마니’로 정착된 것인지 그 시기도 명명자도 연유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관습과 전통과 명예는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간신히 연명해 이어져 왔다는 겁니다.

끊어질 듯 사라질 듯하면서도 유구히 그 전통을 따라 어느 때는 뱀 잡는 땅꾼도 됐다가 또 어느 때는 사냥하는 포수도 됐다가 정말 양질의 산삼인 -진이 필요할 때는 진짜 고려인삼을 갖고 세상에 나왔다는 겁니다.

단지 모든 고려인삼이 무조건 좋아서가 아니라 양질의 산삼인 -진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춘 심마니 중 ‘어인마니’가 세상에 나왔다는 겁니다.

역사는 반복되듯 시대적으로 채삼꾼에게는 가장 악질적인 조선시대 권력가들에 의해 양질의 산삼이 멸종돼 질쯤 간간이 선을 보이던 장뇌산삼도 덩달아 고갈이 돼 그 대안으로 재배 인삼이 등장하게 됩니다.

아마 그 시절의 재배 인삼을 권장하던 자칭 선각자들이 하늘이 내려 준 령초인 고려인삼이 먼 후대 작금의 한국인삼이 세계판매 점유률 5% 미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는 몰라도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타칭 반 자칭 반 현재 심마니 수는 200만 명쯤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많은 사람이 취미나 돈벌이나 자랑을 목적으로 남획하다 보니 산에 자연삼은 씨가 말라 진짜 심마니들이 굶어 죽게 생겨 조선시대 권력가들의 수탈에 의해 채삼꾼들이 산적이 되고 포수가 되고 땅꾼이 돼 버린 현실과 비슷해졌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조선시대도 대안으로 재배 인삼이 등장했듯이 현재도 그 대안으로 산에 심어 기르는 산양삼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고려인삼을 지키려는 노력도 현 제도권의 몰인식에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심메마니. (한서심마니산삼학회 홍영선 회장)
고려인삼을 지키려는 노력도 현 제도권의 몰인식에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심메마니. (한서심마니산삼학회 홍영선 회장)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더욱이 제도권이라는 법 테두리 안에서 자연인인 심마니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방대한 임야를 소유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에서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산삼을 무시하고 심마니라는 직업군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심마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범법자가 된다는 겁니다.

20여 년 전부터 필자가 산삼 강의를 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가 생각납니다.

“심마니는 산에서 자연 산삼을 절도하는 자연삼 절도범이다”라고….

현재 대한민국 산림법이 그렇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