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심마니의 자부심 “단한번도 산주(山主) 포기한 적 없어”
전통심마니의 자부심 “단한번도 산주(山主) 포기한 적 없어”
  • 홍영선
  • 승인 2019.05.17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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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필 무렵 전통심마니들은 행동거지 정갈히 해
자연을 경외하는 전통의 맥,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있어
전통심마니들의 입산제.
전통심마니들의 입산제. (한서심마니산삼협회 제공)

[뉴스봄=홍영선 칼럼니스트] “배꽃이 피면 삼 싹이 올라온다”

“불길한 것을 보지 말고 부정도 타지 말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라”

전통심마니로서 첫 입문 할 때 듣고 배우는 수많은 말 중 하나입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충북 괴산을 기준으로 대개 양력 4월25일 경이면 삼 싹이 고사리 순 처럼 고패져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진달래가 만발할 즈음 산이 서서히 푸른 옷을 입기 시작하면 전통심마니들도 차분한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손발을 맞췄던 동료, 지인들과 서로 연통을 해서 음력 홀숫날에 입산 일을 정합니다.

입산 일이 정해지면 먹거리에서부터 잠자는 것, 보는 것도 조심에 조심을 하고 심지어 부부간에도 각방을 씁니다.

무심코 걷다가 죽은 동물 사체라도 볼라치면 침을 세번 반대쪽으로 밷고 어인마니에게 액땜해 달라 청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전통심마니들에게 입산이라는 의례는 산신에게 허락을 받기 위한 정성이기에 입산하는 모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매번 행하는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겁니다.

때문에 전통심마니들에게는 따로이 입산제나 산신제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입산할 때마다 그때그때 고수레를 하듯 갖고 간 음식을 조금 떼어 산신께 올릴 뿐입니다.

가끔이지만 죽은 동물의 사체도 보지 말라는데 자칭 심마니 입산제라 하면서 돼지머리를 올려 놓는 행위는 결코 전통심마니들의 입산제나 산신제가 아닙니다. 다만 차례나 고사 같은 행위에서 차용한 엉뚱한 요식행위라 판단됩니다.

선배 전통심마니들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약이 되는 산삼인 ‘진’을 돋은 자리는 발자국도 남기지 않기 위해 뒷걸음으로 빠져나오고 자칭 입산제나 산신제 지낸 자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끔이지만 전통심마니들의 ‘모둠’이 있긴 해도 ‘진’을 돋은 자리하고는 워낙에 멀어 요원한데 ‘퉁’을 친 나무를 찾으면 ‘진’의 자리를 볼 수 있다 했습니다.

전통심마니들에게는 최고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한때 포수가 대신한 적은 있어도 단한번도 산의 주인을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때문에 전통심마니들은 산신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내어주는 걸 감사히 받아들이고 오늘도 입산 준비를 합니다.

주)

(모둠) 전통심마니들이 입산에서 중간 거점으로 만든 주거지를 지칭하는 은어 = 베이스캠프.

() 약이 되는 산삼 = 산삼 중의 으뜸 - 상대적 반대말 = 얼치기삼.

(퉁치다) 산삼을 캐면 포장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벗기는 행위.

전통심마니들이 입산제를 올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통심마니들이 입산제를 올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서심마니산삼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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