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은 앞장서지만 취업은 일본으로?
불매운동은 앞장서지만 취업은 일본으로?
  • 구태경 기자
  • 승인 2019.08.21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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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청년 해외취업 캠프 개최
가장 많이 찾는 국가지만 표기는 아시아
대전방문의 해, “일본인은 오지 마?”
지난 4월10일 대전서구가 배재대에서 개최한 청년 해외취업 멘토링 콘서트 모습.
지난 4월10일 대전서구가 배재대에서 개최한 청년 해외취업 멘토링 콘서트 모습.

[대전=뉴스봄] 구태경 기자 = 최근 일본발(發) 수출규제와 관련해 대전시 그 어느 자치구보다 불매에 앞장서고 있는 서구가 일본을 포함하는 해외취업캠프를 열기로 해 이율배반적 모습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구에 따르면 지역청년들을 위한 ‘해외취업캠프’를 다음달 7일 청년활동공간인 청춘정거장에서 진행한다.

해외취업캠프는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대전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나라별 특강 및 컨설팅을 통해 이력서 작성, 면접 요령 등 해외취업에 있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어 해외취업을 고려하는 구직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행사다.

구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를 들며 해외취업자수가 지난해 총 5783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665명(약 13%) 증가했고 베트남 등 지역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청년들의 해외취업에 유리한 여건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구는 지난 4월10일 ‘해외취업 멘토링 콘서트’에서 ‘북미, 일본,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취업 대상국가를 나열한 반면 이번 ‘해외취업 캠프’는 ‘아시아, 미국, 중남미’ 등으로 ‘일본’을 따로 기재하지 않고 동남아와 섞어 아시아로 표기해 해외취업 구직자들로 하여금 궁금함을 자아냈다.

한국 청년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해외취업 국가별 통계 (자료.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 국가별 통계 (자료. 한국산업인력공단)

실제로 지난해 국가별 취업통계를 보면 총 5783명의 연수 및 취업자 중 일본이 1828명으로 31%나 차지했고 전년도인 2017년까지 5년간 취업자 수도 일본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7년 대비 증가한 665명 중 401명이 일본 취업으로 증가추세 역시 일본이 가장 큰 반면 중국으로의 취업은 감소했다.

하지만 앞서 구는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강력하게 규탄하는 한편 그동안 지역 축제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교류를 이어온 일본 토치기현과의 교류를 중단하고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조례 제정 검토 등 강력한 행정을 펼쳤다.

특히 지난 13일 구의 허가도 없이 서구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대해서도 연일 ‘불법설치물 철거’를 외치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번 취업캠프의 대상국가를 묻자 구 관계자는 “일본이 청년 취업자들이 가장 많이 가는 국가인 것을 알고 있어도 쉽게 표기할 수 없다”면서도 “요즘 분위기가 그래서 ‘일본’을 명시할 수는 없었다. 일본도 아시아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다.

대전 서구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일본 불매운동 현수막.
대전 서구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일본 불매운동 현수막.

관광으로 대전을 방문중인 사이토 씨(42, 여)는 “여행 내내 ‘NO Japan’이란 문구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불매운동을 하면서도 일본으로 돈을 벌러 오겠다는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쾌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다시 방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쳤다.

지난해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자는 503만명으로 중국이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이 297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미국 106만명, 태국 56만명, 베트남 51만명, 필리핀 47만명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입국자를 고려해 단순 관광객만을 놓고 본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에 대해 ‘대전방문의 해’를 추진하고 있는 시는 오히려 ‘오지 말라’고 현수막을 붙여놓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대전방문의 해’의 성공여부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향후 시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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