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전시의 中 유학생 관리방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 대전시의 中 유학생 관리방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02.24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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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1900명 관리에 배치된 공무원 단 2명, 대전시의 선제대응(?)
유학생 의심증상 '자진신고제', 대구시 비상사태 교훈 배워야
대구의료원(질병관리본부 제공).
대구의료원(질병관리본부 제공).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강을 맞이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전에 돌아오면서 유학생의 수용방안이 도마위에 올랐다.

24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 1906명을 해당 대학의 기숙사에 1인씩 수용하고 이로 인해 주거지 확보가 어려워진 국내 학생들을 유성의 한 유스호스텔에 머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실시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공항에 내리면서 발열 체크와 열화상 카메라를 거친 뒤 대학교의 기숙사로 향하게 된다.

기숙사에 도착한 유학생은 체온계를 받아 하루에 두 번 체온을 잰 뒤 대전시에 보고하면 된다. 같은 수용시설이지만 엄격한 절차에 따라 관리된 우한교민 수용시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전시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직접 체크를 할 수 없냐는 질문에  1900여명의 중국인을 담당하는 직원이 2명이라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의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대전시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시는 두 번째 대안으로 유학생들에게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의심증상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인데 이를 어기고 소재가 파악이 안되는 학생이 발생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신변을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대구시 신천지 집회 참석자의 확진사례를 살펴보자, 질병관리본부는 31번 확진자의 의심증상을 파악했으나 검사를 두 차례 거부해 사단이 났다고 주장했고 이에 31번 확진자는 보건소에 갔음에도 검사를 거부해 받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대구시를 중심으로 3일간 확진자 800여명이 증가했고 대전·세종·충주를 포함한 전국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려 보건당국의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까지 격상됐다.

누구의 주장이 진실이든 한 명의 감염자가 격리 시기를 놓쳐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인재(人災)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과도한 격리와 검사가 해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동양인 혐오증'과 유사한 중국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담당 인력의 부족으로 유학생의 자체검사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과해도 좋지 않을까?

대구시는 24일 457명까지 늘어난 확진자와 9000명이 넘는 접촉자를 관리하기 위해 구·군 공무원 3000명을 동원하고 병상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전시는 조기진단과 치료역량 강화를 주창했으나 아직은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잘못된 뒤에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선현들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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