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유치환의 정적(靜寂)
청마(靑馬), 유치환의 정적(靜寂)
  • 류환
  • 승인 2020.07.02 2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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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7월, 우기의 여름 어느 날인가.

발밑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청마의 생가엔

초가삼간 추녀 끝에 매달린 한약봉지가 빛바랜 채 바람에

쓸쓸히 흔들리고 해원으로 출렁였을 울부짖던 붉은 깃발은

술렁이는 정적을 안고 또다시 바다로 향하다 뒤돌아서 있고

저 앞 바닷가에서 눈시울 엷게 흐느끼듯 슬픔을 부르짖는

일제 강점기 무정부주의자들과 이맛전을 대고 함성을 높이던

그때 그 모습들을 지금도 알고 있듯 정박해있는 뱃머리들까지

오늘도 무심히 파도에 출렁이고 있네.

 

소맷자락 코를 문지르던 어린 유년부터 외가에서 일본으로, 만주로

온갖 고초를 겪고 광복 직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귀국한 황량한

허무의 비애 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교사로 재직 중 교통사고로

죽음까지 생명의 의지, 허무의 의지, 선비의 자태, 비정의 철학 버텨온

통영을 떠올리면 의래 범신론적 자연애로 일관되는 대표시인 청마靑馬

추적추적 비 내리는 7월,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초가의 언덕엔

침묵하고 있는 바위와 고고함을 대신하는 대나무들과 결기를 세우던

푸른 바람마저 청마의 일관된 시인의 면모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에서

눈시울 엷게 손짓하며 오늘도 무심히 흔들리고 있네.

[뉴스봄=류환 시인, 예술평론가, 행위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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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 2020-07-08 14:56:40
너무 좋은 칼럼입니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