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진단] 청각장애인 울리는 ‘받지마’ 지원기준
[기획 진단] 청각장애인 울리는 ‘받지마’ 지원기준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07.09 22:5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각장애인 급여기준 대상자 1.1%, 연령별 복지 격차 심각
수술 후 유지보수 전액 본인 부담, 재수술 60%가 ‘기계 고장’
우승호 “현행 기준 개정해야!” vs 심평원 “현 상태 유지 타당해”
인공와우 구성도.
인공와우 구성도.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청각장애인이 다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수술인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기묘한 급여기준으로 인해 전체 장애인 인구 중 98.9%가 한쪽 귀에만 건강보험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인공와우'란 달팽이관(蝸牛)의 기능을 잃은 고심도 난청환자의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보조장치를 이식해 소리를 듣도록 돕는 장치로 청각재활치료가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과거에는 선천성 난청으로 인해 생후 12개월 내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과 성인들의 후천적 난청환자가 많아지면서 인공와우 수술도 점차 보편화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공와우의 중요성과 높은 수술비를 인지하고 이를 건강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기준을 만들었으나 신생아를 중심으로 지원하던 과거 급여기준이 그대로 남아있어 만 19세 이상의 성인은 평생에 단 한 번 한쪽 귀만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2019년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은 총 37만7094명으로 이 중 19세 미만에 속한 인공와우 건강보험 대상자는 총 4701명(1.1%)이다.

이 중에서도 최소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집중교육을 받아도 어음변별력과 언어능력에 진전이 없는 고도(70dB) 이상의 난청자만을 대상으로 양쪽 귀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 인공와우는 평균수명이 5년밖에 되지 않지만 매달 유지비가 지원되는 보청기와는 달리 일회성 수술에 대한 기기비용과 첫 1회 교체시까지만 보험이 적용되고 이후에는 전액 자부담으로 전환된다.

삼성서울병원 문일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1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공와우 재수술받은 환자 65%가 기계 고장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여기에 수술 전 검사비, 수술비, 재활치료비, 추가기기 대여 비용 등이 포함되면 청각장애인과 가족들의 금전적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우승호 대전시의원.
우승호 대전시의원.

9일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의원인 우승호 대전시의원(비례, 더불어민주당)은 “청각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인공와우 수술로 자녀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부담으로 양쪽 귀 수술을 하는 게 맞을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쪽 귀만 하는 게 맞을지 고심하게 된다”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기계값만 1000만원을 호가하는 인공와우 수술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너무나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 의원은 “이에 지난달 인공와우 양이청 수술을 청년까지 확대하는 건의안을 제시했으나 심평원에서 거절됐다”며 “자세한 설명은 전혀 없었고 예산부족으로 안된다는 내용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답변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답변서

<뉴스봄>이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는 “지원대상을 넓히고 인공와우 급여개수를 보청기와 유사 방식으로 개선하면 많은 국가재정 소요가 예상된다”면서 “현행 급여기준을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인공와우와 관련된 복지정책은 가진 나라는 미국, 케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싱가폴, 호주 등이 있으며 주요 정책으로는 ▲인공와우 급여 사용가능 연한(5~8년) 단위 지원 ▲인공와우 이식술 후 사후관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지원대상을 최대 26세까지 확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여기에 탄력을 받은 호주의 코클리어(Cochlear)사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인공와우 이식기를 만드는 데 성공해 호주의 4차산업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우 의원은 “우리도 세계의 흐름과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면서 “청각장애인이 언어와 소통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2020-07-10 18:29:05
네 정말 좋은 기사네요. 인공와우를 유지하는 관리비도 만만칞은게 현실인데요.양쪽 보험급여가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양이수술이 없던때에 편측만 수술한 청소년들이 필요에 의해 시기를 선택하여 양이수술을 할수있 도록 지원이 된다면 삶의 질도 높아지고 사회의 일원을 당당히 살아가는데 힘이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윤선 2020-07-10 08:56:27
우의원님 감사드려요
좋은 결과 기원합니다

육기자님~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