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현상들이 빚어진다
[컬럼] 현상들이 빚어진다
  • 류환
  • 승인 2020.08.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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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을 앓으며 변해가는 세상은 불온한 기색이 역력해”
류환 시인·예술평론가·행위예술가.

[뉴스봄=류환 시인·예술평론가·행위예술가] 기어코 파리가 꽃잎에 앉는다. 기어코 나비가 쓰레기에 앉는다.

가야 할 곳을 잃은 꿀벌들이 방황하다 기어코 날개짓을 포기하고 사라진다.

볼 수 없는 현실이고, 있을 수 없는 현상들이 빚어진다.

다음 순서는 무엇일지 모두는 알고 있지만 회복과 치유, 신뢰와 양심, 이치와 섭리, 법치와 평등은 눈 씻고 찾아볼 내야 가뭄에 콩나듯해 포기하고 뒤돌아선다.

인간들은 추호도 나와 내 편만 있어야 하고, 너와 네 편은 죽어도 없어야 하며, 세상살이엔 우리만 있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다.

그래서 자아상과 타자상의 인식부재에서 오는 결과는 끔찍하다 못해 반인륜적이다.

유연하기 짝이 없어 돌아가는 험난한 세상살이가 마른 명태 대가리 같이 무미건조해서 쓸모짝 이라고는 길바닥에 뒹구는 돌멩이만도 못하다.

게다가 지구촌은 기후변화가 몰고 오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내일로 치달아 처참하게 범람하다 선명한 자국과 상처만 남긴 채 할퀴고 지나가는 폭우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어서 속수무책이다.

천지마다 아수라장으로 구석구석 쌓여가는 쓰레기더미와 현대문명 기기들로 몸살을 앓으며 변해가는 세상은 불온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뒤집힌 난리(亂離)에 이어 하루라도 없으면 생활할 수도, 살 수도 없는 수돗물엔 여기저기 유충들이 꿈틀댄다고 난리다.

더 위급한 나라밖엔 기근(饑饉)으로 먹을 식량이 부족해 굶주려 죽어가거나 아이들은 마실 물이 없어 흙탕물로 대신하다 질병에 걸려 다급한 후원 요청을 당부하며 읊조리는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나라님들이 훌륭한지 살림살이를 잘해도 너무도 잘하는(?) 탓에 나라빚이 천문학적으로 가히 일반인들은 계산이 불가능한 수치에 이르러 가일층 미래 또한 암담해 진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방안들을 연일 쏟아 내놓고 있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속 빈 강정처럼 불신만 키워놔 한 달이 안돼서 3억 4억씩 치솟아 가진 자들에게는 아이들 과자값처럼 허드레져서 돈 가치의 개념마저도 모호해진다.

남의 집을 긍긍하며 전월세로 살아가는 이들은 가난에 역설하듯, 자신을 원망하듯 한탄을 토해놓으며 망연자실한다.

가진 자들은 이런들, 저런들 요지부동이지만 곤비하게 생활고를 버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나른한 서민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무엇으로 치유 받을 수 있을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생각수록 ‘민주(民主)인 세상이 곤두박질하고 삼라만상이 뒤집히고 있는 중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댓가로 얻어지는 엄청난 결과들은 불행만 초래할 뿐이라는 불길한 예측은 비단 한둘이 아니어서 불 보듯 뻔하다.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의 일상이지만 지나친 것들을 가리키며 둥근 지구본을 따라 눈을 부라리고 삿대질하듯 돌아가는 시계초침의 함성은 무섭도록 전율을 타고 회전을 반복한다.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산물들이다.

베르테르의 효과도, 나비의 효과도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것,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꽃과 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간다.

추태처럼 비유되는 인간성이야 말로 형연할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 오늘 각자는 간절해서 단 하나를 간곡히 주문해 숙연해진다면 여한이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나마 소수의 몇몇이 간신히 지탱해주는 사회규범이 다소 양심적이라는 객관적인 판단을 자청하며 빈 호주머니 속 동전닢을 만지작거리다 내일을 걱정하고 자식을 걱정하며 폭우를 퍼부은 먼 하늘을 응시한 채 고뇌를 되뇌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 르네상스여!, 신 유토피아여!

세상에 신(神)이 존재한다면 디스토피아를 멈추게 하여 주소서.

사람들이 가야하는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귀로(歸路) 마지막 찬란한 꽃길을 가야 하는 꽃마차를 위해,

평온을 손 모아 기도하며 소망하는 자의 마지막 염원을 위해,

디스토피아여! 디스토피아여! 이 막다른 벼랑 끝에 서 있는 위기를 제발 멈추어 주소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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