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름값 하려면…
‘국민의힘’ 이름값 하려면…
  • 김창견 기자
  • 승인 2020.09.0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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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바로 세워 국민과 함께 호흡해야
국민의힘 임시 로고체.
국민의힘 임시 로고체.

[대전=뉴스봄] 김창견 기자 = 매자기, 바랭이, 소리쟁이, 어저귀….

생소하지만 산들에 흔한 통칭 잡초라 불리는 풀의 각자 이름이다.

잡초(雜草)는 국어사전 적 의미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을 말하는데 ‘김메기’에서 ‘김’도 논밭에 난 잡풀을 뜻하는 통칭적 명칭이다.

그러고 보니 흔한 잡초에도 각자의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생경스럽게 경이롭다.

지난 2일 ‘국민의힘’이란 새로운 명칭이 우리 정당사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통합당이 올 2월17일 자유한국당의 전신을 이어 새로운보수당 등과 합당한 이후 지난 4·15총선에서 253석 지역구 중 84석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지 7개월도 안 된 시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정당의 부침은 유난히 잦다. 일본 자민당 55년, 미국의 공화당 156년과 민주당 182년, 영국 보수당 178년과 노동당 104년 등의 역사에 비하면 평균 3년 안팎의 우리 정당의 수명은 국회의원 임기 4년에도 턱없이 미달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0년 역사의 성공한 정당’을 표방하며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4년도 안된 2007년 8월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하고 2008년 다시 민주당과 통합민주당으로 합당돼 역사의 뒤안길에 스러졌다.

현재 7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44개다. 또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창당준비위원회도 5개나 있다.

이중 국회 의석을 가지고 활동하는 정당은 거대 여당과 야당 및 무소속 포함 8개에 불과하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홍콩의 경우 인구 740만명에 250개의 정당이 있고 인도는 13억8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수답게 2700개의 정당이 있고 보면 우리나라 정당 수는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영문명 ‘PEOPLE POWER PARTY’로 당(Party)을 표기하고는 있지만, 정당의 당(黨)을 표기하지 않은 당명이 다소 낯설다.

하지만 이런 당명은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군소정당 등을 포함해 소수 있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첫 사례는 자유민주연합일 것이다. 1995년 3월 JP가 창당해 10년5개월간 비교적 장수했다. ~당이 아닌 ~연합이란 명칭은 당시 초기엔 생소해 ‘당이 아닌 결사체냐’는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당명과 차별화되는 효과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뒤이어 1995년 9월5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총재로 창당된 ‘새정치국민회의’도 ‘당’의 표기를 배제한 정당이다.

특이하게도 이 두 정당은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유일하게 ~당의 명칭을 채택하지 않은 정당으로서 정권을 잡은 첫 사례가 된다. 자민련과 새정치국민회의의 연합체인 DJP 연합 정권이 바로 그다.

이쯤 사례로 보면 ~연합 등의 당명은, 당명대로 둘 또는 셋의 정당이 연합해 성공을 거뒀다는데서 야당 측은 고무적일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제는 익숙한 ~연합도 ~연대도 아닌 일반명사와 명사의 단순 조합이다. 명칭만 보면 식상한 정당이나 정치결사체가 아닌 듯 외견상 탈바꿈한 모양새다.

하지만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그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오롯이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작금에선 뚜렷한 리더도 없이 설(說)만 무성한데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뿌리는 갖췄을 진데 열매를 맺지 못하고 미완의 그룻에 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자 한다.

‘국민의힘’이란 이름 하나가 갖는 힘은 김춘수 시인의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된 ‘꽃’의 시어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와 같이 국민과 함께 호흡했을 때만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으면 한다.

그리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와 같이 보다 장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3> 현학 시상(詩想)

우화등선

해는 서로 흘러 순이라 하고

땅은 동으로 닿아 역이라 하네

흩어지지 않는 순과 역은 언제나

그 자리처럼 맴돌 뿐이건만

삼라만상은 참!

변화무쌍도 하지

맷돌처럼 맴도는 지금

어디선가 꽃은 피고

또 지겠건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허물

이제 그 허물은 벗고 싶다.

 

새벽비

밤사이

님 오셨나 보다

아롱아롱 추녀 끝

눈물 같은 멍울 이렇게 남겨 있으니

 

님 다녀가신 길 따라

님의 흔적

가지 잎새 저렿게 젖어있으니

살며시 찾아와 말없이 다녀가신 님

 

밤새워

행여 님 마주할 수 있다면

삼백예순다섯날

기다리고 또 기다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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