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권력과 실세 그리고 거짓(상)
[평설] 권력과 실세 그리고 거짓(상)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0.10.1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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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없는 나라, 희망 잃은 사회
류환 시인·예술평론가·행위예술가.

[뉴스봄=류환 시인·예술평론가·행위예술가] 가을이 깊다. 서둘러 찬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듯 설악산에는 얼음이 얼고 숲들은 이별을 준비하며 긴 휴지기에 들어가려 한다.

우리 영혼의 회랑(回廊) 저 깊은 곳에 오렌지 빛 지등(紙燈) 하나 밝혀두고 진리 밑에 가라앉은 삶에 대한 성찰을 눈을 감고 천천히 탐색해 본다.

지난 시간 모두가 달려 스쳐갔던 길을 뒤돌아 볼 수있는 기회와 마주앉아보면 영사기에 감겨있는 필름들이 회전해 선명한 머릿속엔 잔상의 기억들이 흑백 무성영상처럼 지지직거리며 떠오른다.

기억 속 그때 비춰지던 영상들과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이란 암담한 절벽 앞에 처해있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 빛은 발해졌지만 사진 한 장쯤은 가슴에 품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멈칫한다.

그때 우리는 부푼 가슴을 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고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서 정신없이 달리기도 했고 몇 년 전부터는 최고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를 타기 위해 전산예약을 해놓고 휴대폰을 들고 생(生)의 삶속으로 앞만 보고 쏜살같이 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인간 이세돌 바둑천재기사 9단을 다섯 번 중 네 번이나 이기는 인공프로그램을 탑재한 ‘알파고(Alphago)’를 보았고 인간의 표정으로 사우디에서 시민권을 얻어 화제를 모았던 세계최초의 AI로봇 ‘소피아(Sophia)’가 한복을 입고 찾아와 미소를 띠고 우리말로 인사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2년 전 모습도 보았다.

그때 관계자들은 “머지않아 소피아와 같은 AI로봇들이 지능을 갖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는 인간로봇이 미래를 선도하는 4 차 산업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볼륨을 높였다.

그렇다면 뭐이든 인간과 더불어 얼마나 좋지 않겠는가. 상생과 발전, 미래와 희망, 웃음과 행복, 인정과 배려가 공존한다면 누가 이를 탓할 일이며 누가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한으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라도 질주하던 속력을 낮추고 멈춰서 허무한 염세주의자가 아니라도, 우수(憂愁)의 시선으로 하염없이 부서지는 낙엽의 심정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세상을 향해 던지던 물음을 이제 자신에게 진지하게 자문해보는 엄청나게 크나큰 용기를 내봐야 한다.

사정도 없이 돌아가는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의 표지판 끝에 우리의 영혼이 지금처럼 캄캄하다면 수심(水深)만큼이나 깊고 청정한 혜안(慧眼)을 볼 수 있는 기회라도 갖게 해줄 것인가? 고민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물속처럼 깊고 맑아진 영혼의 눈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삶을 바라보게 될 때 범속(凡俗)한 일상에 존재하는 일사들과 현란한 사물들 뒤에 은폐된 채 본질적 실체들을 위장하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불투명한 현존을 언제쯤 투시할 수 있느냐 하는 말이다.

사랑과 죽음, 현실과 미래, 자유와 빵, 열정과 희망, 고독과 명상, 계절과 대화, 양심과 영혼 등등의 주제들이 깊이 있게 정신의 양식(糧食)으로 추구돼 비전 있고 성숙하게 마련된 식탁으로 우리를 초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묻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삶은 이렇고 누구의 삶은 저렇다는 아주 진부하게 병폐된 사회의 중심부엔 빈부의 격차와 편견만 난무하듯 중산층이 무너져 파산된 상황에서 부익부만 세상을 즐기며 존재해 시냅스의 회로만 꼬이게 만들고 가뜩이나 웃음이 사라진 사회에 불편한 초상들만 어지러이 허튼 그림자만 남기는 모양새가 된 꼴이다.

누가 일부러 찾아와 알려주기라도 하듯 세상살이가 어느 곳,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기는커녕 사정없이 곤두박질하는 이 마당에 민주와 자유, 자본이라는 허울 좋은 나라에서 내가, 내 돈으로, 내 일을 한다는데 너희들의 주제 넘는 짓 따위들은 상관마라하고 손사래를 친다.

평당 1억원 상당을 호가하는 초호화 아파트가 즐비한 곳에서 잉여시간을 보내며 돈쓸 곳이 없어 고민하는가 하면 용돈으로 2억원이 넘는 요트를 사서 여행을 즐기겠다고 이 시국에 미국으로 떠난 외교부장관 남편을 보면서 평범한 인간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처지에선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를 보면 힘들게 인생을 사는 일반인들은 누구나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막막한 가슴속을 태우고 열심히 살아간들 비참함만 안겨주고 있는 작태의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청렴한 참지성인들이나 사회지도층에 있어야 할 선량인들 또한 사라지고 없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저런 사람들 여럿들을 어떤 권력이나 지성인이라도 되는 냥 무슨무슨 장관 혹은 대학 교수, 명예교수 등을 운운하는 오합지졸(烏合之卒)한 꼴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비온 뒤 죽순이 올라오듯 자꾸만 자초하며 드러나고 있어 이게 도대체 왜 이런 현상들이 잦아드는지 알 수없는 회한(悔恨)만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국민 모두가 가뜩이나 살기 힘들고 지쳐 근심만 가득해진 사회구석구석마다 열불이 나는 판에 본보기가 되는 미담하나 정도라도 위안이 되지는 못할망정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자성의 성찰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막가는 세상, 이런 것이 “정의롭고, 공정하며 평등하다”고 외치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은 불일치해도 너무 안이해서 한심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는 것이 너울 같은 파장이다.

‘강은 스스로 원래의 모습으로 뒤돌아 간다’는 진리 정도는 눈치 채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한 부재에서 오는 불감증은 최하위 수준으로 큰 문제라고 보는 이가 대다수이다.

정도가 이렇다 보니 최고의 권력에 오르게 하고 이를 잡은 자들의 일탈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어 사기, 불신, 허위, 거짓, 불공정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언행들로만 일관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가히 무지막지하다.

도저히 이것은 아니다 싶어 이를 우려하는 국민들이 모여 집회라도 하며 따질라치면 엉뚱한 궤변과 핑계로 코로나19 확산을 빙자해 국민들의 들끓는 민심을 모으기는커녕 개, 돼지만도 못한 천박한 동물쯤으로 전략시키고 있다.

그러나 결국 ‘꼼수의 묘수는 악수가 된다’는 사실을 멀리하면 곤란해진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자유, 평등, 정의의 저울을 들고 있는 법무부 장관은 아들의 병역문제를 놓고 따지는 국민의 대표 앞에서 거짓을 감추며 숨어있는 엉큼한 여우의 입으로 현재까지 일관하고 있다.

전모가 모두 들어날 사실을 허구로 “소설을 쓰고 있네” 라며 실제를 감추려 했던 논픽션(nom fiction)은 그야말로 판타지 같은 소설이 아니고 무엇인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무너지는 정의하나 쯤이라도 바로 세워야 되지 않겠나 싶다.

말해보라, 대통령이 강조하며 성숙한 사회가 조성돼 간다는 ‘정의, 공정, 평등’이 도대체 어느 구석 누구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지 또 이 정권의 무능을 인정하고 솔직히 고백하는 자신 있는 자(者)가 있다면 누구인지 자신 있게 말해보라는 것이다.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果木)은 결국 뿌리 채 뽑히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고 명심해야 하는 것이 성인(聖人)들이 일러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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