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동 철도관사촌을 양분한 재개발 열풍
소재동 철도관사촌을 양분한 재개발 열풍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10.13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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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존 vs 아파트 개발’ 오는 29일 재심의서 결정
예술인 101인 개발 반대지지 성명 “문화적 가치 충분해”
근대 문화재 철거된 사례있어, 제2 대흥동 뽀족집 되나?
정명희 화백을 필두로 각계 예술인 101명은 '대전의 근대건축물을 사랑하는 모임'을 구성해 소재동 철도관사촌 보존을 촉구했다.
정명희 화백을 필두로 각계 예술인 101명이 '대전의 근대건축물을 사랑하는 모임'을 구성해 소재동 철도관사촌 보존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근대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부수고 아파트는 짓는 것은 역사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13일 대전 소제동 관사 51호에서 열린 ‘소제동 철도관사촌 보존 기자간담회’에는 ‘금강의 화가’ 기산 정명희 화백을 대표로 각계의 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재동 관사촌 재개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원도심과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재개발 과정에서 지역 원주민의 보상문제로 충돌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근대건축물의 보존을 목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주민과 힘을 합쳐 재개발에 반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소제동 관사촌은 1905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철도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건설한 30여채의 관사가 모여있는 곳이다.

지난달 24일 대전시는 소재동 관사촌을 철거하고 1500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삼성4구역 재정비촉진계획(변경)'의 재심의를 결정했다. 재심의는 오는 29일 진행된다.

이에 정명희 화백을 비롯한 각계인사 101명은 철도관사촌의 보존에 지지를 표명하며 문화와 이를 통해 역사, 예술이 결합한 관광 인프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화백은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만들어지면서 근대건축물이 많이 생겼고 그중 하나가 소재동의 철도관사촌“이라며 ”일제시절의 역사는 버리고 싶은 역사지만 우리옆에 자리를 잡고 있어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헌오 한국시인협회장은 “대전은 근대건축물 보존을 추진한 바 있으나 은행과 관청, 회사건물들을 지정해 보존하기로 한 반면 주민들이 살던 관사촌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면서 “전주한옥마을의 사례와 같은 대대적인 보전과 문화관광지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완석 대전예술포럼 대표는 “일본의 나오시마섬에는 2차세계대전 아픔의 역사를 후세에 보여주겠다며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한 마을과 북카페, 음악갤러리 등의 문화공간을 갖춘 관광지가 있다”면서 “이해관계를 넘어 대전의 관사촌도 보존과 개선을 통해 실제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간담회를 통헤 아파트 건립 철회와 관사 건물의 보존, 방문객을 위한 도로와 주차장의 확충, 재개발 건축조합에 대한 감시 등을 요구했다.

소재동 관사촌 건물에 붙어있는 현수막.
소재동 관사촌 인근 건물에 붙어있는 개발 찬성 현수막이 대립각을 첨예하게 하고 있다.

한편 지역주민들도 대전시의 재심의 결정에 찬반으로 나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건축조합 측은 주민동의율 75%를 앞세워 낙후한 소재동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대전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반대 측 주민들은 4채의 관사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동의 요구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었는지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이요섭 철도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장은 “일본의 적선 형태와 한옥의 형태가 결합한 매우 희소한 이 건축물들은 충분한 역사적 가치가 있으며 대전의 근대역사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 근대문화재 지정은 문제가 없을 듯 하다"면서도 “하지만 앞서 근대문화재 377호로 지정됐던 대흥동의 뽀족집을 벌금 400만원을 내고 때려 부수는 만행을 저지른 예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본부장은 “재개발 임원들이 주민들에게 아파트 한 채를 줄 테니 도장을 찍으라고 현혹해 재개발 동의율 75%를 달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주민들의 제보와 요구사항을 취합해 대전시와 행정기관과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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