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기부의 脫대전, 정말 아무도 몰랐나?
[기자수첩] 중기부의 脫대전, 정말 아무도 몰랐나?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10.22 2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시 중기부 이전 사태수습의 골든타임 놓쳐
대전정부청사 전경.
대전정부청사 전경.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승격 3년만에 탈(脫)대전 행렬에 참가하는 모양새다.

중기부 내부에서는 이미 1년 전부터 세종시 이전을 공식화하고 조율과정을 거치고 있었으나 대전시와 사전 의견조율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태정 시장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실 정부대전청사 내 사무공간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기부뿐만 아니라 특허청 관세청, 조달청도 청사의 공간부족 문제로 이미 수년전부터 애를 먹고 있는데다가 2017년에 확대 독립한 중기부는 인력이 430명까지 불어나면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창업진흥원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도 올해 중으로 세종 4-2생활권에 위치에 지식산업센터로 이전을 확정지은 바 있고 중기부도 세종시 이전을 위한 내부논의를 수차례 진행했으나 대전시와 정치권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대전시가 반발의사를 표면화 한것은 16일 중기부가 세종시 이전의향서를 행안부에 제출하면서부터다. 1년간의 이전계획을 수립한 중기부가 본격적인 이전절차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차 싶었던 대전시가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허태정 시장은 22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중기부 이전에 대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중기부의 이번 결정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중기부가 이전 사유로 제시한 공간과 시간의 부족은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16일과 22일 두차례의 논평을 통해 허태정 대전시장의 리더십을 ‘앙금 없는 찐빵’에 비유하며 강한 비난을 가했다.

김태영 대변인은 “혁신도시지정으로 부풀어 올랐던 대전시민의 기대감 마저도 중소기업벤처부의 세종이전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면서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된 당시부터 세종시 이전을 염려하고 살피고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진전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질타했다.

박영선 중기부장관.
박영선 중기부장관.

돌이켜보면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은 한번 식힐 수 있었던 사태수습의 골든타임이 있었다.

박영선 중기부장관은 지난해 4월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고 지난달 9일에는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중기부가 홀로 대전에 있고 현 청사가 너무 비좁아 고충이 많다”고 호소했으나 별다른 도움은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22일 국정감사자리에서 사무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청사 인근의 우휴부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어필하며 중기부의 잔류를 촉구하고 있다.

“이걸 왜 이제야?”라는 느낌도 있으나 지금이라도 대전시가 적극적인 사태수습 의지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는 이번 논란을 해결하고 싶다면 이번 사태가 ‘단일 사건’이 아닌 ‘누적’과 ‘방아쇠’의 개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탈 대전’이라는 방아쇠를 당긴 것은 중기부지만 꾸준히 폭약을 채운 것은 대전시의 안일한 소통과 대응능력이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