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e로움의 사례로 본 지역화폐의 득과 실
대덕e로움의 사례로 본 지역화폐의 득과 실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10.26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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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정세은 교수 "대덕구 소상공인 매출증가는 지역화폐 덕분"
조세연 "단기 매출증가 효과 있어도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 지적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지난해 지역화폐의 출시를 앞두고  홍보를 진행하는 모습.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지난해 지역화폐의 출시를 앞두고 홍보를 진행하는 모습.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일명 지역화폐의 발행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앞서 대전에서는 지역화폐의 급격한 발행액 증가로 인해 캐시백 기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고 발행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도 수 차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대전 대덕구에서 발행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은 설계 당시 인천 지역화폐인 ‘인천e음카드’를 상당부분 벤치마킹했다.

특히 충전금의 10%를 추가로 주는 캐시백 혜택과 카드형태의 발급방식을 그대로 채용했으며 이로 인해 지역 내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을 제외한 매장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할때와 마찬가지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했다.

상품권 형태의 고질적인 문제인 ‘카드깡’이 해결된 것은 덤이었다. 

이로 인해 대덕e로움은 발행 5개월만에 당초 목표금액의 3배인 160억원을 발행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올해에는 캐시백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기준으로 누적발행액 711억원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대덕e로움의 성공은 과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대전시 자치구별 KB신용카드 데이터 업종별 매출현황 변화 (제공 : 대덕구)

정 교수는 “대덕e로움이 강력한 소비촉진 인프라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매출액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 결과가 나타난다”면서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대덕구는 소상공인 매출이 증가하는 이변을 나았다”고 평가했다.

대전시가 매월 발표하고 있는 ‘KB신용카드 데이터 업종별 매출현황 자료’에 의하면 대덕구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지난 2월부터 8월까지의 매출감소는 타 자치구의 1/3 수준이며 5월과 6월에는 유일하게 작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는 체감 매출증감을 확인하기 위해 대덕구 소재의 점포 254곳에 무작위로 ‘대덕e로움 결제 후 매출액 증감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증가했다’는 응답이 37.4%로 ‘감소했다’는 응답(1.6%)보다 훨씬 높았다.

이어 '대덕e로움 결제 후 고객 수 증감 여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 ‘증가했다’는 응답이 35.8%로 ‘감소했다(1.2%)’는 응답보다 높았다.

정 교수는 “소규모 지역단위 화폐는 자치단체에 특성에 맞는 상권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지난해 대코 맥주 페스티벌이 2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하는 등 (대덕e로움이) 소비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도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다양한 변화에 대덕구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화폐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대덕e로움의 사용가능 범위가 대전시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 소비가 집중되는 상권 불균형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연간 1억원의 유지비가 드는 카드결제 플랫폼과 높은 운영비는 결국 세금을 내는 주민들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덕구의회에서는 대덕e로움 발행액의 증감을 두고 한차례 파행을 맞은 바 있다.

김수연 대덕구의원(나선거구, 국민의힘)은 “150억원 발행을 결정한 대덕e로움의 운영비로 21억원이 사용됐다”면서 “퍼주기식 선심성 예산으로 결국 다른 세금이 늘어나고 정작 시급한 대덕구 사업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최근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분석’이라는 연구를 통해 “지역화폐가 일시적인 소상공인의 매출증가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소비지출을 특정지역에 가두는 정책은 인접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후생수준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으로 인한 예산낭비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3일 대덕구청에서 진행한 대덕e로움의 발전방향에 대한 공개포럼 모습.
23일 대덕구청에서 진행한 대덕e로움의 발전방향에 대한 공개포럼 모습.

이처럼 득과 실이 공존하는 지역화폐를 두고 경제학자들은 지역사회에서의 충분한 논의가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이미 선제적인 지역화폐의 도입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대전을 비롯한 230개 지역의 지역화폐는 시민들의 높은 호응만큼이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어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지난 6개월간 대덕e로움이 썼던 내용을 분석했으며 최근 논쟁이 되는 조세연의 연구 자료도 어떤 점에서 유의미하게 봐야 하는지 살펴봤다”면서 “열심히 다듬어서 모두가 행복한 대덕e로움의 의미가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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