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전동킥보드法, 어디서 잘못됐나?
달라지는 전동킥보드法, 어디서 잘못됐나?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0.12.08 2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동킥보드 사고 3년새 5배, 안전사고 급증에 개정 서둘러
개정안 시행 앞두고 시민혼란 가중, 보행권 침해 도마위
대전시 안전기준 마련 고심 “PM현황 파악 어렵고 강제성 부족해”
길가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길가에 대여 업체의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최근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망사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면서 오히려 안전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10일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오토바이와 유사한 법률이 적용되던 전동킥보드를 사실상 자전거와 같이 취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시행 배경과 변경점, 지자체의 대응방안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

도로교통법 개정 목적은 ‘높은 사고율’

지난 2일 서울 구로구에서는 보호장구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이 오토바이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26일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교생 2명이 택시와 충돌해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교통사고는 지난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에서 올해는 10월까지 688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동킥보드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오토바이로 취급됐음에도 관련 교육과 보험, 안전 대책 등이 전무한 실정이라 교통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차도에서 운행하기 위해 속도제한 해제 등의 각종 불법 개조가 인터넷상으로 널리 확산한 상태다,

이밖에도 킥보드의 강선이나 휠의 크기, 서스펜션 등의 세부 옵션이 전동기 업체마다 달라 화재와 파손 등으로 인한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법안이 세분돼 자전거도로를 제외한 주행을 불법으로 지정하거나 시속 5~10㎞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규정 속도와 이용대상, 관련 교육방안과 안전 보호장구 착용 등이 의무화돼 있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5월20일 전동킥보드와 전동휠과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이하 PM)을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와 별도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오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시 보니 졸속법안' 교통법 개정안에 비난 쏟아져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PM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된 교통법 개정안이 나이제한과 면허가 풀리면서 오히려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비난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PM을 원동기장치와 별도로 분류할 당시 PM 전용면허에 대한 내용을 법제화 하지 않아서 면허 취득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만 13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운행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PM을 자전거도로에서만 달릴 수 있도록 법제화했음에도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서 주행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어 사실상 차도에서 운행 가능하며 오래된 원도심 지역의 경우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혼합된 곳이 많아 전동킥보드가 보행자가 함께 다닐 경우 시민의 보행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서영교 행안위원장(서울 중랑구갑,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PM 운전자의 안전교육을 포함한 준수사항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오는 10일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비난을 피하고자 뒤늦게 발의한 ‘땜질용 개정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고는 국회가 책임은 시민 몫···’ 대전시, 안전 대책 마련 고심

전국 지자체들은 오는 10일 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정안으로 인한 규제 완화까지 발생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전동기 대여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16세 이상의 면허가 있는 자, 또는 18세 이상의 성인만 전동기 대여업체를 이용하도록 업체와 협의했다.

하지만 대여업체가 자영업으로 등록돼 있어 지역의 승인현황을 알 수가 없어 대여업체를 관리하기 어렵고 '협의'란 사실상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며 13세 이상의 청소년이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경우 별다른 규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시-대여업체와 업무협의 간담회.
대전시-대여업체와 업무협의 간담회.

이에 대전시의 경우 교통법 개정안 시행으로 PM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내년 중순부터 전동킥보드를 시민자전거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대전시의회와 ‘대전시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안전 증진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8일 건설교통과 김용태 주무관은 인터뷰를 통해 “10일 시행되는 개정 법안에는 13세 이상이면 면허증 없이 개인형 PM 대여업체를 이용할 수 있어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면서 “조례안의 내용은 검토 중이나 이용대상과 운용 범위, 이용 방안과 교육 등 시민안전을 최우선을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전시 시민자전거 보험에 PM을 가입 시켜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자전거+PM보험을 만들어 내년 5월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전동킥보드의 경우 사업성이 낮고 사고율이 높다 보니 보험사들이 꺼려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전시는 ▲대여업체와 상생협력체계 신설 ▲대전교육연수원을 통한 PM교육 의무화 ▲SNS핫라인을 통한 소통체계 구성 ▲온 오프라인 홍보체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 한선희 교통건설국장은 이와 관련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에 대해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수칙 홍보는 물론 안전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