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평가 많지만 '반쪽 법안'지적도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1991년 시작한 민선 지방자치가 새로운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이번 법안에는 주민자치의 원리와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자율성을 확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다루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방과 중앙의 새로운 협력방안을 마련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18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를 통해 “시민이 주인되는 시정 추진에 중심점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박용갑 중구청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진정한 자치분권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공언했으며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주민자치회를 기반으로 주민자치 1번지로, 황인호 동구청장은 주민이 주인되는 자치분권 구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치분권 2.0 시대에 돌입했다며 비수도권과의 재정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 소비세율은 21%에서 멈춰 수도권과 지자체의 격차를 줄이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끈임없이 요구한 교부세 인상도 빠졌다.
여전히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산하기관의 현안사업들도 예산확보를 위한 공모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인사권도 반쪽짜리 독립이라는 평가다. 의원을 보좌하는 정책지원 인력은 2023년까지 의원 2명당 1명을 배정했다. 인사권 또한 전보 등 일부 권한만 보장하는 선에서 그쳤다.
김태성 대덕구의장은 “기초의회는 2명의 전문위원과 2명의 직원이 전부로 깊이 있는 정책제안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치지원 전문인력은 행정능력과 정무감각과 정책제안이 가능한 5급 상당의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분권의 핵심이었던 주민자치회 근거조항도 삭제됐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행정안전부의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626개 읍·면·동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주민자치위원회 간 이권다툼, 시범사업이 가지는 제도적 한계,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 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법적 명문화가 절실한 시점이었으나 개정안의 최종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논의없이 삭제됐다.
75년 만에 부활한 자치경찰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부 현직 경찰들은 자치경찰을 지휘 감독하고 감찰 및 징계권까지 가진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자칫하면 또다시 정치경찰의 오명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보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미흡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연구와 보완 작업이 뒤따르면 될 것이다.
실제로 행안위는 주민자치회 관련 규정들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행안위는 주민자치회의 법적 중립성 의무화와 참여성·효율성 확보를 목표로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연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자치입법으로 규정된 내용을 하위법령으로 제한할 수 없도록 명시화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크게 강화됐고 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함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제 방향을 잡았다. 부족한 인력에 대한 충원은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어느덧 지방자치가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방자치 2.0시대를 맞아 그간 이어진 중앙정부 위주의 정책추진방향에서 탈피해 시민을 우선시하는 맞춤형 자치분권이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연방제 자치분권’을 달성하고 지방의 독창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한편, 지방자치의 실패 원인이었던 일관성 부족과 연계성 상실, 중앙정부의 의존도 증가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