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봄=김창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
지난 2015년 9월 개봉된 홍상수 감독·각본, 정재영·김민희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가 종종 회자 되는 이유는 스토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제목에서 전해주는 늬앙스(nuance)로 인한 변명의 당당함 때문이리라.
하지만 ‘지금’이 또다시 ‘그때’가 될 때도 당당할 수 있을까?
누구나 현재 위치에서 자기 모습을 합리화하려는 자기애적 보호 본능이 내재 돼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때’다. 상황에 따라 모호하기도 하겠지만 ‘그때가 틀리다’는 단정은 그때의 것은 거짓이란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또다시 ‘그때’가 된다하더라도 변함없이 맞다 한다면 그 ‘참’은 누구에게나 충분한 공감을 얻을 일이다.
최근 국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사법부뿐 아니라 뭇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법원장이란 위치는 법치주의의 최고봉으로서 정의로 대변되는 최고 존엄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다.
현대 사회에서 올곧은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직 중 정의로운 법 집행의 최고 자리에 있는 인사의 거짓말은 도덕적으로도 사회 통념적으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처사임은 틀림없다.
그러기에 국민은 무너져내린 신뢰에 질타보다 실망이 앞서 세태의 부조리에 망연자실할 뿐이리라.
거짓말의 사전적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다. 즉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사회에 거짓말이 팽배해 있다 해도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은 영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 그것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사회 공평성과 위무에 평안을 추구하는 또 다른 자기 합리화로 양심의 척도에 어긋나는 일이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려 한다. 분명한 것은 양심에 꺼릴 것이 없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1년에 단 하루 4월1일 만우절(April Fools' Day)의 경우도 악의 없는 거짓말로 서로 장난을 치면서 노는 일상의 유머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짓말이 있다면 지금부터 10년 전 2010년 발매된 김진룡 작사·작곡의 트로트곡 조항조의 ‘거짓말’이란 노래뿐이다.
<5> 현학 시상(詩想)
첫 비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첫 비 내리면
창에 맺힌 빗방울처럼
수많은 상념 가운데 하나
잠시 잊은 얼굴
사무친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오호라! 복받치는 그리움이여!
지금 내리는 봄비
두터운 흙살에 스며
이 마음까지 적셔오면
긴 동면의 잠든 꿈 흔들어
멈췄던 심장 다시 뛰게 한다
타락! 타락! 타락!
봄비
문득
눈물 빛 하늘 보면
소산하게 되살아나는 임
잊었던 시간들이 점점이 하늘 가득 차오른다.
잊고 살았던…
죄스러움에 고개 돌려보아도
그리움은 시 되어
어느새 마른 가슴 적셔든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너무 멀리 와 있는데
손에 만져질 듯
임은 이렇게 가까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