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장 쌈짓돈?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장 쌈짓돈?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1.02.22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난안전기금 수백억원 지자체 입맛대로
대학생, 청년, 임산부 지원, 선심성 예산 지적도
대전시, 재난관리기금에 지방채 200억원 투입
지난해 4월 대전형 생계지원금을 설명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지난해 4월 대전형 생계지원금을 설명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한 금전적 지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전시도 새해 벽두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4차 재난지원금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며 관내 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하는 현금성 복지지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역차별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선 집행 후 보고’하는 재난기금의 특성으로 인해 시·도지사들의 쌈짓돈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발생시 응급복구, 또는 긴급성을 요하는 재난예방사업 등에 사용해야 하지만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지차체의 재량권이 매우 커진 상태다. 대전시의 경우 지자체가 ‘재난관리활동’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사업에 재난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별 기금의 사용명세를 보면 천차만별이다. 청년신혼부부나 임신부에 대한 현금지원도 재난관리기금에서 사용된 사례가 있다. 지난 10월 광주에서는 심의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모든 대학생에게 1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선심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전시도 지난해 대전형 생계지원금으로 재난관리기금 1000억원을 지출했으나 정부의 생계지원금과 중복 수급이 가능하고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신청자만 지급해 뒷말이 무성했다.

재난관리기금의 무분별한 사용이 수면위로 오르면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텅텅 빈 재난관리기금을 당장 메울 방법이 없고 앞으로도 일반예산을 만들기 어려운 선심성 사업에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대전시는 재난관리기금을 기존 133억원보다 67억원 증액된 200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적립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현금성 복지사업에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데다 발행 한도액을 초과하더라도 행안부장관의 승인 없이 지자체장이 자율적으로 발행할 수도 있도록 뒤를 봐준 덕분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 대전시의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문성원 의원(대덕3,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도 대전시 기금운용계획안 심사에서 “앞으로 코로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관리기금 적립액이 지난해 대비 너무 적다”며 향후 관리계획안을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생계지원금이 재난관리기금에서 나간 것은 코로나19가 긴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현 재난관리기금에 재원문제가 있어 향후 대전시에서 지원하는 생계지원금은 가급적 일반예산에서 지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2021년 대전시의 재난관리기금 운용규모는 446억4199만원으로 시는 이 중 110억원을 포함해 지난해 명시 이월사업비 190억원 등 총 300억원을 올해 상공인을 위한 복지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재난관리기금 사용이 쉬워지면서 사실상 집행부의 뜻대로 수백억원의 기금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한 시민은 “재난관리기금의 예산집행과 기금사용이 혼용되지 않도록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며 “심의위원회인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안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