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잉태하다
봄, 잉태하다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3.15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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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정 신건이 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꿈속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푸른 꿈이었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나 필연을 확신하는 뱃사람들은 결코 자신들이 점지한 방향과 확신을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고

자갈밭을 지날 때 비가 내린 다음 날 심청이가 인당수를 향해 천천히 걷던 버선발에 떨어지는 눈물이 우발적이라는 사람들의 의기양양한 노여움도 고갤 떨구었다.

육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오는 불쌍한 처녀들은 뱃속마다 아이들을 잉태한 모습으로 아스라이 드러누운 맹신은 나약한 생명에 불가피한 몸으로 어린 손들이 아우성처럼 뻗은 실눈들을 쳐다보고

자신의 목숨마저 앗아간다며 단순한 필연이라고 안도감을 가져다주는 기만한 희생이야말로 의례적으로 자연의 폭력에 직면해있던 뱃사람들은 결국 뭍사람에게로 오는 것이 두려웠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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