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동체문화의 부활, 주민자치회를 아시나요?
[기자수첩] 공동체문화의 부활, 주민자치회를 아시나요?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1.05.3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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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올바른 민주주의 뿌리내리도록 각고의 노력 기울여야
대전 대덕구 비래동 주민자치회 정기회의.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소싯적 한달에 한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지역 반상회에 참석한 기억이 난다. 동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쓰레기 투기 문제부터 층간소음, 주차장 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작은 문제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는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고 친목을 다지는데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옛 반상회와 오늘날 주민자치회는 공통점이 많다. 바쁜 일상으로 점차 희미해져가던 ‘우리 동네’라는 개념이 십수년만에 부활한 것이다. 주민들은 동네를 가꾸기 위해 꽃길을 만들고 주민들의 요망 사안을 파악해 행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주민자치회는 매달 정기회의를 통해 지역현안을 논의하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이 선출한 주민자치회장을 중심으로 자치사업의 진행현황을 점검하고 민원을 청취한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SNS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비래동은 대전에서도 가장 오래된 원도심 중 하나로 42만평에 달하는 길치근린공원이 있다. 체육시설과 산림형태의 근린공원으로 우암사적공원과 계족산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지역 주민들은 물론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도 큰 사랑을 받는 공원이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길치근린공원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한 체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래동 주민자치회는 대덕구의 도움을 받아 예산을 확보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 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세부 계획마련과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핵심은 참여한 시민들에게 일정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주민자치회는 지역 읍·면·동 주민 30명을 위원으로 선정해 행정사무의 위임과 위탁, 주민자치예산안 활용계획 심의. 민원해결과 조례 발안 청구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이처럼 주민들이 동네 주거환경과 지역현환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위해 움직이는 것이 주민자치의 핵심이다. 투표권이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면 주민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정 정당의 권력유지를 위한 조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상회는 1977년 당시 전국 25만8821개 반에 설치돼 매달 평균 579만1600가구가 참석하는 대표적인 주민기구였으나 1980년대 신군부 지배체제 유지를 위한 홍보조직으로 이용됐으며 지역 부동산 투기를 위한 단합집단이나 지자체의 일방적 선전도구로 변질하면서 결국 1995년 대전 중구와 김천시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반상회 폐지를 위한 운동이 진행돼 자취를 감추게 됐다.

‘우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져 가는 오늘날, 공동의 안건을 위해 토론하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공동체문화의 복원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주민자치회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지난 반상회의 흥망성쇠를 기억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올바른 민주주의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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