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11)] 우즈벡의 고유 문화유산을 강조하는 대통령
[기획연재(11)] 우즈벡의 고유 문화유산을 강조하는 대통령
  • 조철현 편집위원
  • 승인 2021.06.0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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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독립과 함께 수도 한복판에 ‘아미르 티무르’ 동상 세워

[뉴스봄=조철현 작가ㆍ본지 편집위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였던 2019년 국정연설에서 ‘TV 역사채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학자들과 사상가들을 새롭게 조명하라”고 주문했다.

이 채널의 1번 타자는 아미르 티무르(Amir Temur)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제국 신화를 썼던 인물로 1336년에 태어나 권좌에 오른 34세부터 1405년 69세의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제국 건설에 집중했다.

그가 세웠던 티무르 제국은 1370년부터 1507년까지 140년가량에 걸쳐 지금의 중앙아시아와 이란, 아프가니스탄 지역은 물론 북쪽으로는 지금의 카스피해 너머 조지아 지역까지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까지 그리고 서쪽으로는 터키와 이라크 지역까지 거대 영토를 자랑했다.

제국의 수도는 사마르칸트였다. 바그다드를 능가할 정도로 번성했다고 평가받는 이 도시는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발전하며 세계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뿐 아니라 티무르를 비롯한 여러 왕들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 화려한 궁정 문화가 발달했고 수학과 천문학, 의학, 지리학, 역사학 등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뤄 이슬람 세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사실 티무르는 우즈베크 민족은 아니다. 몽골 제국을 일궜던 칭기즈칸의 후손이다. 그럼에도 제국의 중심지가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영토였다는 점에서 독립 후 우즈베키스탄의 영웅으로 재탄생됐다.

티무르 제국(1370~1507을 세웠던 아미르 티무르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우즈벡 시민들.
티무르 제국(1370~1507을 세웠던 아미르 티무르 동상 앞에서 한쌍의 신랑 신부가 하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 카리모프 대통령은 1991년 우즈베키스탄의 독립과 함께 수도 한복판의 카를 마르크스 동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아미르 티무르 동상부터 세웠다. 게다가 1996년에는 그의 탄생 660년을 맞아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도심 중앙부에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도 건립했다.

아미르 티무르 시대에는 유명 사상가들도 여럿 배출됐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티무르의 손자인 울르그벡(1394년~1449년)이었다. 그는 2019년 2월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이 새롭게 발권한 최고액권 10만숨(한화 약 8300원) 화폐 속의 인물로도 환생했다.

이미르 티무르 이후 40년 동안 제국을 통치했던 그는 천문학자로도 유명했다. 그가 제국을 다스리던 시절 티무르 제국에는 십진법과 기하학과 삼각법이 도입돼 세계적 수준의 과학문명을 자랑했다. 그는 또 시와 역사, 신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제국의 중심 사마르칸트에 저명한 천문학자들을 모아 천문대를 세우고 천측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리셰르 나보이(Alisher Navoiy)의 족적 또한 굵었다. 1441년에 태어나 1501년까지 살았던 그는 우즈베키스탄어로 작품을 쓴 최초의 작가였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 문학의 시조이자 문학작품을 통해 우즈베크어를 폭넓게 보급시킨 민족어의 시원이기도 했다.

그는 또 정치가이기도 했다. 1472년 아미르 티무르 제국의 일부였던 ‘호라산’ 왕국의 관리로 일하면서 학교와 병원 등을 지어 서민들을 도왔고, 역내 분쟁을 조정하는 등 많은 치적을 쌓았다.

특히 시민들 편에 선 그의 감세정책과 사비를 털어 자선사업을 펼친 일화 등은 수백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즈베키스탄 국민들 사이에 폭넓게 회자되고 있다.

“양국 미디어 관련 학자 교류로 우즈베키스탄엘 다녀왔다. 처음 가본 그곳에서 세종대왕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 한 사람이 울르그벡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알리세르 나보이였다. 조만간 우즈베키스탄 미디어 관계자들이 한국에 온다. 그때 그 사람들 앞에서 세종대왕과 울르그벡, 세종대왕과 알리셰르 나보이에 대한 소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8년 ‘세종 이도의 철학’을 쓴 김광옥 수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한순간 우즈베키스탄에 빠졌다’며 특히 나보이와 세종대왕을 비교하는 학문적 즐거움이 크다고 반색했다.

*자료조사 및 번역도움 : Michael Cho(KOSMETA 유라시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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