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향한 꽃의 어울림과 몸짓(상)
신세계를 향한 꽃의 어울림과 몸짓(상)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6.2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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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 자연에서 꽃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우주의 만물을 만들고 다스리는 조물주가 탄생시킨 것 중 하나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창조물을 꼽는다면 온갖 모양으로 향기를 품으며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는 꽃들도 이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꽃이야말로 생명 에너지를 온 누리에 향기롭게 펼쳐나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영혼의 하모니를 이루는 시각과 후각과 감각의 교향악이기 때문이다.

에덴의 동산에 활짝 핀 꽃들의 축제에 순수한 영혼의 향기를 연주하는 선율을 따라 새들이 노래하고 벌과 나비가 함께 춤을 추는 어울림의 몸짓은 인간 모두가 갈구하는 신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망에서 유토피아로 귀결된다.

임지애 작, 어울림.8 한지에 담채 채색 72.7x60.6 .
어울림 8, 한지에 담채 채색, 72.7x60.6, 임지애 作.

자연에서 보는 꽃은 장자가 말하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인 하나의 이상향이 열리는 것이며 매혹적인 향기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소통하고 어울리는 상생의 미혹이기에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꽃이야말로 생명체를 지닌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과 감성이 살아 숨 쉬게 하는 생명 공간으로서 에덴의 동산이고 정신의 혼이 머무는 요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화가 임지애 작가가 이를 따라 마음의 거울로 삼고 있는 대상들도 향기가 넘치는 신비로운 이상향을 향해 생명체들과 사랑을 나누며 함께 어울리는 상생과 조화로 조형을 담아내려 하는 화자 또한 꽃이다.

임지애 작가는 부산이 고향으로 부산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공무원이었던 부군(夫君)을 만나 그의 고향인 충남 논산의 황산벌에 아틀리에를 꾸미고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여류작가다.

전공은 서양화이지만 어떤 기회에 우리 것을 빼놓고 작품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화업을 동양화로 바꾼 경우다.

지역보다는 중앙에서 인정을 받는 임 작가는 이미 젊은 시절부터 중앙화단의 주요 공모전에 다수의 작품이 인정을 받아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국내외 왕성한 전시회를 펼쳐오고 있다.

빨간 벽돌로 잘 꾸며진 작업실 1층 정원엔 꽃 무더기가 계절마다 함성을 지르듯 군락을 이루며 나비와 벌들을 부르고 있고 작업실 내부에도 여기저기 작품 속 꽃들처럼 꽃망울들이 만개해 작업실을 온통 꽃향기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임 작가의 꽃 그림은 여류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길 수도 있으나 꽃을 대하는 마음이 너무나 진지하도록 꽃을 좋아하고 있어 작품에서도 객관적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고 재현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언제나 말이 없는 다소곳한 정갈함에서도 아름다운 미풍이 넘쳐나고 그림으로 이어온 삶의 무게에서도 완숙미가 오롯이 묻어나 정숙하며 그림을 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임 작가의 얼굴엔 나이를 잊은 미소가 늘 충만하다.

이는 정숙한 사랑이 넘치는 삶에 대한 긍정을 가슴에 품고 정원에서 너울대는 나비의 군무처럼 자연과 인간이 유쾌하게 노래하고 사랑하며 아름다운 향기를 찾아가려 하는 임 작가의 각고의 분투이며 삶의 방향을 제세하는 안내이기도 하다.

그 안내의 발길은 우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신세계로 가는 상생의 공간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에덴의 숲이며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꽃과 나비로 상징되는 자연의 큰 울림으로 우리의 영혼과 감성을 일깨우는 것도 꽃의 매력이다.

임지애 작가가 쉼 없는 붓놀림으로 선택한 대상에 대한 순수한 생명의 상징인 꽃의 영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교감하면서 감성의 몰입을 통해 스펙트럼을 끌어올려 찬란한 색으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것도 영혼의 울림이다.

이처럼 꽃에 천착하는 한 송이, 한 송이들의 꽃들은 식물로서의 개별적 존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상향에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해 유토피아적인 공간을 탐미하고 수놓아 시선을 끌어모은다.

꽃은 나비를 향해 포용하듯 향기를 발하고 마음의 선율을 따라 허공에 나부끼는 멋스러운 깃발처럼 자유롭게 리듬을 탄다.

임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이상향의 세계는 자신만이 추구하는 독자적이고 외로운 유토피아가 아니라 순수한 영혼의 근원을 찾아 자신이 꽃과 나비와 더불어 노래하고 춤추는 어울림의 몸짓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주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작가 자신에게 에덴의 꽃과 나비는 향기로움이나 아름다움만으로 다가오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꽃 속에 나비가 깃들고 나비의 날개짓에 향기가 묻어나는 사물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영혼의 울림이 있어 그러하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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