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언제가 그대를 만나’
‘나 언제가 그대를 만나’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7.15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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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란 시조 시인 첫 시집 출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서정의 빛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난 이미 너의 포로

청초한 정수리로 걸어 들어가

감춰진 부끄러움도

네 앞에선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 초록빛 향기에 갇히고서야

서로의 눈빛 주고받네

멍울 속에서 터질 것 같은

햇살 한 줌의 숨소리

너의 곁에 있을 때에야

비로소 몸의 문이 활짝 열리네

‘팔레놉시스’의 전문이다.

은희란 시조 시인.

난(蘭)과에 속하는 식물로 꽃이 나비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야간엔 CO2를 제거해주는 공기정화식물로 알려지면서 주로 집안에 놓고 많이 기른다.

꽃잎이 아름다워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꽃꽂이 소재로 다양하게 이용되며 실내에서 빛이 조금만 들어와도 성장하며 꽃을 피운다.

은희란 시조 시인은 이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내심의 속내와 대화한다.

꽃잎과 꽃망울에 스미는 한 줌의 햇살을 두고 자신과 팔레놉시스란 이름을 가진 식물과 호흡을 나누며 이를 교감한다.

시조 시인과 시 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는 은희란 시인이 처녀작 ‘내 언젠가 그대를 만나’(오늘의 문학사 간)를 펴냈다.

필자가 은희란 시조 시인의 책을 받아들고 읽어보고는 이미 탄탄한 시력을 소유한 시인으로 받아들여졌고 기사체보다는 해설 쪽으로 비중을 두기로 했다.

은 시조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와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처녀작치고는 돋보여지는 수작들이 많아 보인다.

이는 아주 가까이 사물을 들여다보는 정도의 식견과 시야가 갖춰야 가능해서 좁으면 어떤 대상물이든 불가능하게 처리되게 마련이다.

은희란 시조 시인의 처녀작 ‘내 언젠가 그대를 만나’ 표지.

우선 사물을 보는 기본 실력과 그 내면을 파악하는 관조의 능력을 튼튼하게 구현해가면서 그 대상들을 이해하고 분화시켜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부분들이 월등히 눈여겨 진다.

그래서 다양한 주재의 시에서도 새롭게 찾아낸 사실들을 본인의 의식 속으로 재배치하면서 화자들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도모한다.

특히 그의 시공간에 머무는 여백들은 고독하고 외로운 흔적을 지워가며 자연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의지가 돋보여 오히려 맑아진다.

계속해서 본인이 지키는 질서 속에서 자연과 자연의 조화를 담고 자족하려는 부분이 역력해 독자로 하여금 시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마당이 넓어 아낌없고 푸짐할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은희란 시조 시인은 2015년 ‘제3문학’에서 시 부문으로, 2020년 ‘한국시조’에선 시조 부문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2019년엔 ‘인터넷문학상’을 2020년엔 ‘대전문학 시조시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낭송문학협회장과 시 낭송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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