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58)] 한국교민이 경험한 우즈베키스탄의 변화 사례
[기획연재(58)] 한국교민이 경험한 우즈베키스탄의 변화 사례
  • 조철현 편집위원
  • 승인 2021.08.09 0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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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의 부당한 퇴거 요구… 법정 싸움 1년 만에 승소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개설 청원 사이트에 억울함 호소

[뉴스봄=조철현 작가ㆍ본지 편집위원] “사회가 많이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운을 청원 사이트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외국인이 현지 사람을 대상으로 재판에서 승소한 경우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시대라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타슈켄트에서 10년가량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정서영 사장의 설명이다. 그녀는 세를 든 건물주인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다. 식당이 잘 되니 다른 욕심이 생겨 계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게를 비워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항의하자 전기를 끊어 정 사장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외로운 법정 싸움이 시작됐고, 주변의 비관적 예상과 달리 그녀가 승소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 2019년 3월 타슈켄트에서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건 전반에 대해 정리해 달라

“우즈베키스탄 생활이 올해로 12년째다. 그중 10년 가까이 식당을 했다. 원래는 다른 사업 차 이곳에 왔다. 그런데 사업허가가 갑작스레 취소돼 애초 계획이 한순간 물거품 됐다.

그러던 중 친구가 운영하려던 레스토랑을 맡아 하게 된 게 지금까지 왔다. ‘압구정’이란 이름으로 한 자리에서 8년 정도 재미있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옆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른 건물로 옮겨야 했다. 사건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새로 옮긴 곳은 대로변의 꽤 넓은 공간이었다. 임대계약서를 작성한 뒤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고 2018년 3월12일 식당 문을 열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건물주인이 그 자리에 호텔을 짓겠다며 나가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월세를 더 준다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에게 가게를 세주려고 했던 것이고, 계약서 또한 가짜였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가게를 비워 달라고 하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찌는 듯한 한여름에 통보도 없이 전기를 끊어버렸다. 에어컨을 켤 수 없으니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고, 한국에서 들여온 냉동고의 귀한 식재료들도 모두 상해버리고 말았다.

이 단전 사건이 재판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재판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의 도움을 받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개설한 청원 사이트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어느 날 담당자로부터 도와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또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다. 직접 출연해 억울한 사연을 얘기해 달라는 요청에 당당하게 나갔다. 그래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재판은 1년가량 진행됐다. 마침내 2019년 2월25일 ‘레스토랑 건물주(바호디르)는 정서영 사장이 입은 피해액, 건물 리모델링 비용 및 한식 식재료 비용 등을 보상하라. 판결일로부터 10일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법정 싸움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외국인이다 보니 언어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법정문화를 잘 몰라 스트레스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 법이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을 느껴 지치지 않고 재판을 이어 갈 수 있었다.

하미조노프 아흐로르 모미노비치(Khaminjonov Akhror Muminovich) 판사와 세바라 사이조노바 울마소브나(Sevara Saidjanova Ulmasovna) 검사가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 신뢰가 생겨 갔다”

타슈켄트 교민 정서영 씨가 타슈켄트 지방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승소 판결문. 이 내용에 따라 정 사장은 그동안의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게 됐다.
타슈켄트 교민 정서영 씨가 타슈켄트 지방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승소 판결문. 이 내용에 따라 정 사장은 그동안의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게 됐다.

외국인으로서 이런 법정 싸움에서 승리한 원동력을 무엇이라 보는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이 나라도 법은 정확하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법정 싸움을 하는 1년 동안 금전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가 컸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1년 동안 나를 기다려주고 지지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

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시절이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예전 같았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억울한 채로 살아갔을 것이다. 예전에는 외국인이 우즈베키스탄 사람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한다는 게 무척 어려웠고, 재판 서류접수조차 거부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또 현지인이 고발하면 외국인은 강제 추방당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싸움 자체를 두려워했다. 따라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이다”

*자료조사 및 번역도움 : Michael Cho(KOSMETA 유라시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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