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옛 바라기
해바라기=옛 바라기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8.26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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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환 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천변을 걷다가 작은 돌탑을 보고

맨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으며

나의 작은 소원 하나쯤, 아니다.

기왕 여기에 돌을 올려놓은 사람 모두

무탈하시라.

 

정도만큼 걷다가 뒤돌아오는 길

천변 옆 주택가에 해바라기가 보인다.

어찌 되었건 시간은 노랗게 가고 있다.

나는 너를, 너는 해를 바라보기다.

해·바·라·기 잠깐 바라보기다.

 

몇 번의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꽃말이 무엇일까? 몇 개가 있다.

‘애모하다’, ‘숭배하다’라는 꽃말이

비켜 가는듯 다소 엉뚱하다가도

곰곰이 가만 해보니 그럴듯하다.

 

영어로는 Adoration으로

‘당신만을 바라봅니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하니

비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편에 쌓이는 그리움이다.

 

잠시 머뭇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물어본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옛 바라기’다.

세상이 그렇게 바꿔 가는 까닭이

과거와 현재를 재보니 그렇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바·라·기에

충실히 목숨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이 오늘 성인이 안 된 미성년자가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옛 바라기가

애모가 되고 숭배가 된 것을 알았다.

 

우스운 일이다.

해바라기가 가진 습성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바라기의 오로지 바위 같은 고질

왜? 옛·바·라·기가 되어야 하는지

 

아까 돌탑 맨 위에 작은 돌을

올려놓으며 잠깐 맘속으로 소망했던

‘모두 무탈하시라’는 소용없는 것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징검다리를

건너며 흐르는 물을 한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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