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紀元前)의 꿈
기원전(紀元前)의 꿈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9.1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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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환 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수 천 년 기억의 틈새에서 흐트러져 엉킨 어떤 기호를 본다.

우리가 기억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은 도상 위에 날고 있는 오선의 음계가 꼬리였음을 알게 된다.

허공을 나는 새 한 마리의 휘파람 소리에 파도가 출렁이고 배들이 난파하며 지상으로 낙뢰가 번뜩인다.

인류는 인류 이전 이미 발아된 생명체의 연속체 속에서 수 천 년이 암흑처럼 침묵하거나 침묵 속에 묵시적인 암석처럼 굳어져 버리는 것을 눈치챈다.

인류생성 이후 엄청난 심미적 코드가 만들어져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비가시성과 언어도단 그리고 최첨단이라는 원형은 인간이 추구하는 미지의 세계에 이르게 해 결국 가라앉기 시작한다.

원형은 잔류인상들이나 원초적 이미지들을 껴안고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보편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이마쥬를 뛰어넘어 공상의 이상까지를 불멸하고자 꿈을 꾼다.

상상은 원형을 항해가는 무의식의 표상이지만 기호와 심리적 코드의 원형과 상상력은 불가분의 관계로 세상의 어느 곳에서나 때를 가리지 않고 자기복제와 재생산을 통해 살아있다고 자부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을 결국 피하지 못하게 된다.

새벽이 지나고 너와 내가 떼어놓은 눈꼽을 떨군 자리에 층층이 쌓인 화석이 자라고 음과 양이 횡단하던 로그스의 틈새에 빛이 스미더라도 꽃을 버리고 윙윙대는 벌꿀의 날개에는 햇살이 비추지 않는다.

수 천 년의 지하의 암흑 속 침묵이 지키는 유적과 유물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실체를 풀어내는 열쇠를 찾아도 뒤죽박죽 실타래같이 엉킨 뭉치를 풀어낼 재간은 시간이 한정돼 있다.

체온이 올라가고 정신적 허기를 느낀 육신들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공황에 처한 두 눈에서 떼어 놓은 눈꼽이 다시 끼기 시작한다.

퍼붓는 빗줄기나 태풍 혹은 화마가 일렁이는 불구덩이 속에서 알몸으로 사생아가 돼가는 마당에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철부지 같은 응석으론 더 이상 희망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너와 내가 말하는 이야기 속의 말들과 몸짓을 그림자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물질들만 인간 정념(情念)의 자리에 움푹 패인 형태로 흉흉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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