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비늘 촘촘한 수작들 '아름답다'
금빛 비늘 촘촘한 수작들 '아름답다'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12.03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린 시인 ‘사막의 별처럼’ 첫 시집 출간
혜성의 유감 있는 빛 예감 기대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기록하는 자의 삶은 8할이 어두운 그늘을 유랑하듯 떠돌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 자신의 온기를 나눌 대상을 투시하며 몽환적인 환영의 세계를 그리게 된다.

추억이든 그리움이든 혹은 평면이든 입체이든 그 이상의 망막에 차원이 다른 이마쥬가 연결되는 순간들을 신경계의 조직 속으로 이입시켜 몸속으로 흡수했다가 세상 밖으로 표출하게 마련인 것이 작가의 시선이다.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의 별처럼 허허롭지만 어딘가에 숨어 있는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투명한 신기루를 찾듯 순수한 이정표를 향해 또 다른 발길을 옮기는 시인의 작품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낯설 듯 아주 오랜만에 박물관에서 우리 것의 유적을 만난 것처럼 아니, 실루엣에 가려진 엷은 틈새로 아마득하게 보이는 ‘사막의 별처럼’ 한 권의 작품집이 주는 따뜻한 감동이 선사하는 온기는 겨울로 가는 위드코로나 정국의 골 깊은 시름을 잊게 한다.

한린 시인.

한린(한기욱) 시인이 그 주인공이고 그 이데아가 그렇다.

단단한 호흡을 머금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중원의 넓고 깊은 문단의 너울 속 위풍도 당당한 중량감 있는 작품으로 중무장한 채 폭넓은 독자와 미래를 바라보며 원근을 준비하고 있어 단계적 척도를 다지는 자세로 보인다.

문단 데뷔 18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사막의 별처럼’(현대시세계)이란 표제를 달고 첫 개인시집을 발표해 개성적인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부에서 4부까지 60여 편의 금빛 비늘 같은 작품을 엮어 수록한 ‘사막의 별처럼’의 시집은 지역 문단의 금자탑을 쌓을만한 수작들로 예견될 만큼 참신성과 실험성이 독보적이어서 새롭고 도전적이어서 이채롭다.

간혹 보이는, 어쩌다 마주치는 호기가 가득한 시어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균일하게 또는 견고하게 나열해가는 문법의 울림이 둔탁하지막 묵직하게 징과 북의 메아리처럼 파문을 잔뜩 끌고 가고 있어 여운이 인다.

한린 자신은 시인의 말에서 ‘무작위로 두들기는 난타 소리를 들으며 시인이란 자신의 가슴을 힘껏 두드려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하는 운명으로 태어났음을 알았다’고 직감한다.

단평에서 문학평론가 황정산 시인은 “언어에 대한 깊은 성찰과 말의 표현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역하다”며 “차분하면서도 목소리를 낮춘 어조로 기억 속에 파묻힌 생생한 이미지들로 점철돼 있어 가슴 한켠에 서늘함이 감지된다”고 말한다.

은유, 비유, 사유가 적절한 대다수의 그의 시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싶지 않아’ 중에서도 '안개 자욱한 강물에 던진 돌처럼 / 태풍의 눈 속에서 서성이는 눈 / 멀리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또 다른 ‘사막 어딘가에 숨어 있는’ 작품에선 '털 뭉치처럼 변해버린 회전 초처럼 / 우물의 소리를 들으며 함께 잠드는 상상' 등 시어마다 신선한 생경함이 가득하다.

한린 시인의 첫 시집 '사막의 별처럼' 표지.

평설을 싣고 있는 평론가 오민석 단국대 교수도 “한린의 ‘사막의 별처럼’이라는 시집의 제목은 그의 시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사막의 폭력과 부조화와 죽음의 현세라면 그녀의 시는 그것을 완결하려는 엄정한 형식, 즉 ‘잘 만들어진 항아리’에 담아내는 별이다”라고 평한다.

이어 “그 별은 세계의 결핍을 비추고 세계의 고통 속으로 스미고 있지만 감정을 억제하며 슬픔을 다듬는다”라고 밝히고 있다.

빛이었을까? 물이었을까? 이름을 지칭하는 내 이름의 기원은 흙이었을까? 라는 한린 설명서는 독자의 몫으로 시집을 권한다.

1977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대학 문예창작학과 학사, 석사, 과정에서 시의 뿌리를 내리고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통해 잎을 키웠다.

2003년 월간 ‘시문학’ 신인 우수작품상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시문학, 대전문인총연합회, 대전시인협회, 백지시문학회, 시전문계간지 ‘시와 경계’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대 혜화리버벌아츠리라지에서 학생들의 뿌리가 되는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어두운 삶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 별에서 보내오는 신호 / 나무들도 겨울의 터널을 눈물로 지나와 / 네 앞에 서 있는 것이라는 동화 같은 진실

‘사막의 별처럼’ 엽서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