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의원의 “희대의 공천사기극을 바라보며”
김인식 대전시의원의 “희대의 공천사기극을 바라보며”
  • 김창견 기자
  • 승인 2022.05.03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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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더는 ‘민주’도 ‘더불어’도 없다…”
‘장종태에 의한 장종태를 위한 장종태의 공천’ 귀결
김인식 대전시의원이 안하무인격 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봄] 김창견 기자 = “(전략) 마지막 당원의 입장에서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를 제외한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전략공천해 주십시오”

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식 대전시의원이 시의회 기자회견을 통해 자당 중앙당 비대위를 향해 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4명의 예비후보 중 한 명을 전략공천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충정 어린 간곡한 호소는 아랑곳없이 이날 중앙당 비대위는 시장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장종태 전 대전시장 예비후보를 서구청장 후보로 확정했다. 그동안 지역 정가에 나돌았던 ‘장종태 서구청장 리턴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정치는 신의를 바탕으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라며 “이는 신의도 명분도 없는 그야말로 안하무인 밀어붙이기식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한탄했다.

앞서 서구청장 예비후보 신청을 거둬들인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을 제외한 남은 예비후보자 중 한 사람을 전략공천하라는 애틋한 호소도, 결국 김 의원의 말대로 중앙당 비대위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무시되고 말았다.

이날 김 의원이 ‘희대의 공천사기극’이라 토로하며 침통한 심경을 담은 기자회견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희대의 공천사기극을 바라보며”

미뤄 뒀던 탈당계를 꺼내 들고 일주일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5일 입장문 발표 이후 당의 공식통로를 통해 탈당을 미뤄 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많은 분의 위로 속에 탈당만은 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습니다.

저는 4월5일 출마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대전을 위해 결정했습니다.

한창 선거를 진행하며 막 선거사무실 계약을 앞둔 13일 중앙당 비대위는 서구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략공천지역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이른바 ‘서구청장 리턴설’이 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15일 장종태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처해 사실무근임을 밝혔고, 모든 선거준비가 미뤄지고 다섯 후보자는 중앙당 비대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22일 저는 다시 선거를 시작하고자 사무실 계약을 마쳤고, 시의원 사퇴 절차를 밟는 와중에 중앙당 비대위는 대전 서구를 청년전략공천지역으로 발표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무산시키고, 25일에 저는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전략공천과 저를 제외한 4인 후보의 공정한 경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날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의 공천이 확정됐고, 서구청장 공천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게 됐습니다.

28일에 변경된 경선방식이 발표됐습니다. 같은 날 서구지역 현역 시·구 의원 예비후보자 16명은 장종태 시장 예비후보의 서구청장 출마를 호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9일 결국 유지곤 청년 후보만이 등록했고, 이후 비대위는 1인 등록지역은 전략공천으로 한다는 사후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시 장종태 시장 예비후보의 ‘리턴설’이 현실화 됐고, 대전 서구청장 공천은 ‘장종태에 의한 장종태를 위한 장종태의 공천’으로 사실상 귀결됐습니다.

민주당 비대위에 묻습니다. 이것이 여성, 청년 30% 공천을 통한 민주당 쇄신, 혁신 공천의 실체입니까? 아니면, 특정 비호세력이 없는 여성, 청년은 그 범위에서 벗어난 것입니까?

16명의 당원동지이자 서구 동료 의원님들께 묻습니다. 누군가 당신들의 후보 자격을 의심하고 물러나라 한다면, 경쟁력을 들먹이며 패배를 단정 짓는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김인식 대전시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서구청장 후보 공천은 ‘사기극’이라 주장하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자치는 스스로 자멸했습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하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꽃피운 지방자치가 비록 지역 국회의원의 지시를 따랐을지는 몰라도 장종태 시장 예비후보의 서구청장 리턴을 건의한 대전 서구 16명의 시·구 의원 및 후보자들에 의해 만천하에 거짓된 사기임이 드러났습니다.

만약, 그 가슴 절절한 호소문이 자발적 의견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오직 당선만을 바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방식의 정치적 집단폭력이자 다섯 명의 서구청장 후보들에게 내리는 정치적 사망선고입니다.

정치에 막 입문한 젊은 청년에게 보여준 대전 민주당 정치권의 민낯은 더불어민주당에 더는 ‘민주’도 ‘더불어’도 없다는 것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장종태 리턴설’은 ‘허·장 밀약설’로 현실화됐습니다.

다섯 명의 서구청장 출마자들은 장종태 시장 후보의 인품과 진정성을 믿고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시장 도전을 응원하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행보였습니다.

대전시장 경선 도중 나온 ‘리턴설’에 대해 장종태 시장 예비후보는 15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청장 리턴설은 세간에 떠도는 흑색선전이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장 예비후보는 “지난 1월 서구청장직을 내려놓고 민주당 대선 승리를 위해 죽을힘을 다한 저에게 대전 전체 선거에서 패했음에도 서구가 진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서구청장 리턴설'로 몰아세웠다. 어디서 이런 소문을 확산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비열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28일 장종태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재선 구청장을 한 사람이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일찍 구청에서 나왔는데 다시 구청으로 간다는 건 구민들을 배신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4월13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순간에도 저는 장종태 후보를 믿고 장종태 대전시장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을 하며 도왔습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핑계로 다섯 명의 후보를 들러리 세운 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만신창이를 만들고, 급기야 정치적 사망선고를 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전 서구청장 공천과정은 ’공천사기극‘임을 증명했습니다.

기획과 연출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지역 정치권 인사라면 미뤄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과연 대전지역에서 민주당이 공천한 모든 후보는 경쟁력이 확실하다고 자부하십니까?

아니면, 유독 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나선 다섯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무슨 특별한 하자가 있는 후보들입니까? ‘서구청장 리턴설’은 이제 ‘허장 밀약설’로 현실화 됐고,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지난 13일부터 어제까지 장장 18일간의 ‘서구청장 공천사기극’은 온갖 거짓과 음모가 판을 쳤고, 비열한 정치 행위가 난무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탈당계를 들고 마지막 당원의 입장에서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를 제외한 기존 후보 중 한명을 전략공천해 주십시오. 그것만이 더불어민주당의 가치와 지방선거 승리의 당위성을 얻고 대전시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저는 십수년간 몸담았던 당의 무게를 오늘부로 내려놓고자 합니다. 비단 서구청장 공천과정뿐 아니라 지역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파행은 대선에서 패배한 대전지역의 지방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재촉하고 출마자들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6·1 지방선거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공천의 모든 과정에서 주도한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순간도 민주당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당을 신뢰하고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 책임에서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명백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당이 혁신되고, 정상화돼야 튼튼한 뿌리가 자라나는 당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지방정치,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정치를 책임지시고, 지역의 모든 권한은 당원들에게 돌려주십시오. 그것만이 지방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공천 구태로부터 당을 지키고, 당원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5월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첫 출마지원단 퍼스트 펭귄 필승결의대회'에서 우원식 의원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저도 정치의 맨 끝자락에 와 있는데 여러분에게 '정치는 의리와 노선'이라는 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의리가 없으면 양아치 집단이다. 또 노선이 없으면 아무런 가치 없는 집단이 된다. 현장이라는 노선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에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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