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재 겸재 정선 산수화, 세종시로 귀환했다
해외소재 겸재 정선 산수화, 세종시로 귀환했다
  • 김창견 기자
  • 승인 2022.08.17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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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김대영 옹 수집 유물 324점 무상 기증
시립민속박물관·향토유물박물관 상시 전시 예정
(액자, 왼쪽부터) 농악도(이석우, 현대), 선면산수도(겸재 정선, 조선, 18세기). (테이블, 뒷줄 왼쪽부터) 고족접시(삼국, 5세기), 도기광구병(고려), '귀를 씻는 허유' 이야기가 그려진 거울(고려), 동제보상화문팔화형경(고려), 백자청화초화문호(조선, 19세기)
심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세종=뉴스봄] 김창견 기자 =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심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 해외 소재 문화재급 유물 324점이 세종시에 안착됐다.

해외 소재 유물이 수도권이나 국립대형박물관이 아닌 세종시로 귀환된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다.

17일 최민호 세종시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교포 김대영 씨(91)로부터 회화 144점, 도자 113점, 공예·기타 67점 등 유물 324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기증유물로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는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돼 있다.

노년기 겸재의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여, 시는 지정문화재 지정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조선 말 장승업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화가로 꼽히는 심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은 총 10개의 접힌 면으로 구성돼 독수리, 말, 닭, 해오라기 등 8가지 소재를 활달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 판화(현대).

운보 김기창의 판화작품은 그의 천진난만한 세계관과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엿볼 수 있는데, 세 마리 사슴과 학, 구름 등은 화목한 가정에 복이 깃듦을 상징하고 있다.

이밖에도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을 비롯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됐다.

세종시는 인수한 유물들이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등록·보존 처리 후 시민에 공개한다는 방침으로 세종시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및 향후 건립될 향토유물박물관에 상설·기획 전시, 열린 수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상시 전시할 계획이다.

최민호 시장은 “해외 소재 유물이 세정시로 오게 된 것은 상당히 뜻깊은 일”이라며 “해외 소재 유물수집 사업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시장은 “앞으로도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가치가 높은 유물을 지속적으로 수집할 계획”이라며 “시민께서 문화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물을 기증한 김대영 옹은 서울 경복고 재학 중 미군 통역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고, 1956년 미국 유학 중 현지에 정착했다.

이후 김 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무역업과 부동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성공한 사업가로 자수성가를 이뤘으며,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혜안으로 수집한 유물을 통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김 옹의 소장유물의 존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9년 실시한 해외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과정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지난 5월 세종시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간 해외 문화재 발굴 협력방안을 논의하던 중 유물기증을 추진하게 됐다.

통상 해외 소재 유물의 국내기증 지역은 기증자의 뜻에 따라 유물의 정체성에 맞는 곳으로 지정이 이뤄지게 되며, 김 옹은 애초에 고향인 서울에 소장품을 기증하려 했다고 한다.

이에 세종시는 수집 유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세종시 기증을 설득했다.

이때 설득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시민이 일상속에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세종시립민속박물관과 2025년 개관 예정인 향토유물박물관의 존재도 김 옹이 세종시에 기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오랜 설득과 협상 끝에 기증자 가족들은 향토유물박물관과 행정수도인 세종의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수집품 일체를 세종시에 무상기증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지난 6월 미국 현지로 직원을 급파해 유물 포장 및 운송작업을 진행했고, 7월 세종시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중인 교포 김대영 옹이 세종시에 유물 324점을 무상으로 기증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최민호 세종시장(가운데)이 시장집무실에서 김 옹 직계 가족들과 기증 관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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