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전복사고 ‘가을철’ 최다 발생… 5년간 인명피해 109명
선박 전복사고 ‘가을철’ 최다 발생… 5년간 인명피해 109명
  • 박상배 기자
  • 승인 2023.09.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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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주요원인은 선박의 복원성 상실… 치사율은 겨울철, 근해어업선 높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달부터 ‘어획물 적재 가이드’ 현장 보급
선박 전복사고 인포그래픽.

[대전=뉴스봄] 박상배 기자 = 최근 5년간 선박 전복사고의 절반 이상이 어선에서 발생한 가운데 올해는 가을장마 속 태풍 등 예년과 다른 날씨 변화가 예보돼 조업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7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사장 김준석)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전복사고 선박은 총480척으로 64명이 사망하고 45명이 실종됐다.

선박 전복사고 비율은 전체 해양사고 건수 총1만5997척 대비 약 3%에 불과하나 사망‧실종자는 전체의 20%에 달했다.

계절별로는 ▲가을 174척(36.3%) ▲여름 125척(26.0%) ▲봄 96척(20%) ▲겨울 85척(17.7%) 등의 순으로 성어기를 맞아 어선의 조업활동이 늘어나는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에 가장 빈번히 발생했다.

또 사고선박 1척당 사망자 수인 사고 치사율은 ▲겨울 0.38명 ▲봄 0.28명 ▲가을 0.20명 ▲여름 0.12명 등으로 해수온이 낮아지는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겨울이 가을보다 약 1.9배 높았다.

선종별로는 전복사고의 절반 이상인 282척(58.8%)이 어선에서 발생했다. 어선 중에서도 ▲무동력어선 ▲총톤수 8t 미만의 동력어선 ▲어선의 안전조업과 어업조정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총톤수 8t 이상 10t 미만의 동력어선 등 연안어업선이 178척(63.1%)으로 기타어업선 79척(28.0%), 근해어업선 19척(6.7%) 보다 가장 자주 발생했다. 치사율은 총톤수 8t 이상 동력어선인 근해어업선이 사고 선박 1척당 2.16명으로 연안어업선 0.23명, 기타어업선 0.10명 대비 가장 높았다.

분석 결과 근해어업선 전복사고의 높은 치사율은 원거리 조업과 나쁜 기상 상황이 ‘구조 골든타임’을 늦췄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통상 근해어업선은 육지에서 사고발생 해역까지 거리가 다른 선박보다 약 6.4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많은 어선 전복사고가 풍랑경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된 해상에서 과도한 적재로 선박의 복원력이 저하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선박 한 척당 평균 최대 승선인원도 근해어업선이 약 10.84명으로 연안어업선 약 5.09명보다 약 2배나 많다. 같은 사고라도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은 근해어업선에서 더 높아지는 것이다.

예로 지난 2월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근해통발어선 사고로 9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최근 5년간 어선 전복사고는 3월과 10월에 전체 평균보다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인명피해 규모도 컸다. 계절별로는 전체 선박 전복사고와 동일하게 ▲가을 105척(37.2%) ▲여름 65척(23.0%) ▲봄 59척(20.9%) ▲겨울 53척(18.8%) 등으로 가을(9~11월)에 가장 빈번히 발생했다. 사고 치사율은 ▲겨울 0.58명 ▲봄 0.36명 ▲가을 0.29명 ▲여름 0.12명 등으로 해수온이 낮아지는 겨울(12~2월)이 높았다.

어선 다음으로 전복사고가 많은 선종은 수상레저기구가 166척(34.6%), 일반선 32척(6.7%) 순으로 집계됐다. 이중 수상레저기구는 해양레저 성수기인 6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가을철에 가장 많은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도 가을철에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전복사고 사망‧실종자는 ▲20톤 미만 56명 ▲20톤~100톤 미만 48명 ▲100톤 이상 5명 등으로 총톤수 20톤 미만 소형선박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총톤수 20톤 이상 100톤 미만 선박 중에서는 근해어업선이 72.9%로 사망‧실종한 경우가 많았다.

선박 전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다발 해역.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의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 결과, 전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다발 해역은 ▲보령~군산 ▲창원~부산 인근 해상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해양사고 재결서 2330건에서 전복사고와 관련된 단어들의 빈도수를 세어 상위 키워드를 산출한 결과, 전복사고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횡경사(선박이 가로로 기울어진 정도) ▲복원성(바다 위 선박이 기울어지지 않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힘)의 상실 ▲기상 악화 등이 두드러졌다. 인적 요인으로는 ▲적재 불량 ▲부적절 ▲관리소홀 등이 자주 언급됐다.

공단은 전복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선 전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어업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어획물 적재 가이드’를 어선별로 제작해 보급 중이다. 가이드를 통해 어획물, 어구 등의 적재 중량과 선박에 화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한 ‘만재흘수선(건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공단은 전복사고 예방을 위해 ▲조업 시 과적 및 과승 금물 ▲출항 전 기상예보 확인 ▲출항 후에도 날씨가 악화하면 신속히 피항 ▲갑판 위 화물이나 어획물은 단단히 고정할 것 ▲만선, 만재 시에는 급선회 자제 등을 당부했다.

아울러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활용해 시기별 전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해역을 미리 파악하고, 항행 경보와 기상특보, 실시간 해상 교통상황도 알 수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김준석 이사장은 “전복사고는 일반적인 기관 고장, 침몰 등에 비해 배가 빠르게 가라앉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복사고 위험이 커지는 가을과 겨울철을 앞두고 조업현장에서는 공단의 ‘어획물 적재 가이드’ 등을 활용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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