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가지 색이 모여 만드는 하나의 진리
다섯가지 색이 모여 만드는 하나의 진리
  • 백영주 편집위원
  • 승인 2023.11.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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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몬드리안_빨강, 검정, 노랑, 파랑의 구성
몬드리안 作, ‘빨강,검정,노랑,파랑의 구성’, 1925,
몬드리안 作, ‘빨강,검정,노랑,파랑의 구성’, 1925,

[대전=뉴스봄] 백영주 갤러리봄 대표 = 몬드리안을 상징하는 추상화들은 일반적인 감상자의 눈에는 ‘그게 그거’로 보일지도 모른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쩌다 가끔 보는 명화가 똑같은 색에 선과 면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이를 일일이 구별해 내는 게 대단한 것이다.

이 차갑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사각형들과 우리 옛 건물을 아름답게 꾸민 단청이 통하는 면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몬드리안은 동양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것이 불변의 진리를 추구하는 신지학으로 뻗어나갔다. 몬드리안은 신지학을 토대로 자연의 이면에 내재된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원적인 요소의 양립을 통한 ‘균형’에서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단청.
우리나라의 단청.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이원성인 수직(의지)과 수평(휴식)이라는 조형원리와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 검정과 하양을 통해서. 단청은 그 복잡해 보이는 구성과는 대조되게 몬드리안처럼 빨강, 노랑, 파랑, 하양, 검정을 기본색으로 사용한다.

이는 우주만물이 음과 양으로 구성돼 있으며 생성과 소멸의 변화로 이뤄진다는 음양오행설과 연관돼 있다. 수평선과 수직선의 이원적 요소는 동양의 음양에, 그리고 삼원색과 검정, 하양은 단청의 오방색(오행)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몬드리안은 수평선과 수직선으로 선과 선의 순수한 관계를 통해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색채 역시 색채의 순수한 관계를 증폭시키기 위해 제한했다. 여기서 선과 색은 자연의 질서를 표방한다. 말하자면 수평선은 밀물, 수직선은 썰물을 나타낸다.

색채 역시 자연에서 연상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질서를 생각했다. 노란색은 햇빛, 파란색은 하늘처럼 무한 확장되는 공간이며, 빨강은 노랑과 파랑의 중간적인 존재다. 그 질서에서 다양한 현상을 기호화함으로써 우주의 질서에 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몬드리안의 그림과 단청에 나타난 사상과 언어를 비교해 보면 동양 자연사상의 세계적인 소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몬드리안과 단청의 서로 다른 듯한 두 세계는 고대와 현대라는 엄청난 시간적 거리에 놓여 있지만, 하늘과 자연의 질서를 표현하려 한 인간의 고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언뜻 보면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미술이 실은 똑같은 색을 주로 쓰고, 비슷한 철학을 담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예술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했던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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