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년의 첫 사회적응 2년의 독백
어느 청년의 첫 사회적응 2년의 독백
  • 김창견 기자
  • 승인 2019.02.2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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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계약직 위에 정규직의 벽 실감해
어떤 요구든 거절할 수 없는 신분 체감
어느 청년이 단기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한 대전 동구의 한 특수학교 전경.
어느 청년이 단기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한 대전 동구의 한 특수학교 전경.

[대전=뉴스봄] 김창견 기자 = A씨(26)는 단기 2년차 스포츠 강사로 이달 말 계약 만료로 첫 사회생활을 마치게 된다.

A씨의 근무지는 대전 동구의 한 특수학교다. 대학시절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하며 교육봉사와 교생실습을 하던 이곳에서 1년의 단기계약에 이어 2년차 스포츠강사로 교단에 서 왔다.

그동안 경기도 남양주시 본집을 떠나 대전에서 혼자 거주하며 스포츠강사로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썼다는 A씨의 소회는 한마디로 ‘착잡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대학원 강의 듣기와 과제 대신하기, 야근 시 먹을 컵라면 사오기, 신발 세탁방에 맡기고 찾아오기, 가족 생일 등에 케익과 선물용 의류 등을 대신 구입해 전달하기 등 ….

업무와 관련 없는 이러한 일들은 모두 A씨가 자진해서(?) 승낙한 일들이다. 하지만 어느 일이나 A씨가 거절할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개인적 일을 요청한 사람은 같은 공간에 근무하는 B학생부장(42).

“재계약 해야지?”

“저 XX 계약 얼마나 남았냐?”

B 학생부장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하는 간헐적인 말은 A씨에겐 불가항력적 위력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모처럼 쉬고 싶은 휴일에도 자신의 개인 일은 뒷전이고 상사의 요구대로 운전을 대신해야 하는 일도 허다했다. 교감의 1박2일 가족여행에서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했고 지방 축제장 구경길에도 운전을 해야 했다.

21일 학교 인근에서 인터뷰에 응한 A씨가 털어놓은 2년간의 소회는 단기 계약직의 처우에 대한 적나라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A씨는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에 갑질 부당대우와 관련 민원을 공식 제기했다.

이에 앞서 11월 말 A씨는 교무부장과 교감에게 선 상담을 요청했다. 공식 민원을 제기하기 전 윗사람들에게 상의하는 것이 도리란 생각에서다.

또 이들의 권유로 가진 교장과의 면담 후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B학생부장이 사과의 편지와 함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사과하기도 했다고 한다.

며칠의 고민을 하던 A씨는 결국 12월 초 시교육청 감사실에 자신이 겪은 내용을 첨부해 B학생부장의 갑질을 시교육청에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틀간의 현장감사를 통해 12월 말 B학생부장의 ‘신분적 처분’을 학교에 통보하고 A씨와 B학생부장의 업무공간 분리를 권유했고 학교측은 학내상황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A씨를 다른 업무공간에 배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피해자인 자신이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되고 감사결과 처분사항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당시 A씨와 B학생부장으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받아 적절한 감사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실 B학생부장은 1급 시각장애인으로 거동이 원활치 않다고 한다. 아울러 상대의 표정이나 몸짓 등을 인지하기 어려워 “알았습니다”, “네”라고 하는 A씨의 불편한 감정을 알지 못했기에 개인적 일 처리를 요청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의 감정을 알지 못했다고 해서 개인적 일을 수시로 요구하는 것 자체와 모욕에 가까운 폭언 등은 잘못된 일임이 분명하다는 것이 A씨의 생각이다.

또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계약해지 시점이 다가오니까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관련 A씨는 단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누구라도 더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말한다.

자신을 향한 직장 선배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수근거림 등이 따갑기도 하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제대로 알고 그런다면 덜 억울할 것 같다고도 A씨는 자조한다.

이 학교 교장은 “인내하기 어려운 감정적 서운함에 자극이 있었던 것 같다”며 “A씨는 묵묵히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모든 교사들이 칭찬할 만큼 잘했다”고 밝히며 좀 더 살피지 못했던 지난 일을 불찰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신분적 차이로 벌어지는 부당한 대우는 A씨의 소리 없는 외침으로 우리 사회에 메아리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사회에 첫발을 딛는 사회초년생에게 우리 사회의 기득권들은 과연 어떤 인상을 남겨주고 있는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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