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십 년 사용하던 마을도로가 막혔다
[르포] 수십 년 사용하던 마을도로가 막혔다
  • 김창견 기자
  • 승인 2020.09.16 03: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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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조령1리마을 이웃간 3년째 도로분쟁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옥천군 조령1리마을, 토속음식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옥천군 조령1리 마을 입구, 토속음식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조령1리 마을 안내도.
조령1리 마을 안내도.

[옥천=뉴스봄] 김창견 기자 =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중 산수(山水)를 한데 머금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금강휴게소다.

금강을 끼고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금강휴게소는 넉넉한 쉼과 다양한 먹거리로 여행객에게 한껏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에서 마을로 통하는 길이 있어 이곳에서 맛깔스럽게 느낄 수 있는 토속 민물고기 매운탕은 이 맛을 위해 일부러 금강휴게소를 들리려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기도 하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조령1리 지우대 마을, 도리뱅뱅이의 유래지이자 옻나무가 유명하며 금강휴게소마을이라 불리는 관광명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을엔 보이지 않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마을 진입도로를 놓고 사도(私道)라며 장애물을 설치해 차량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대략 26가구 함양박씨의 집성촌이라는 아담한 이 조령1리 마을에 어떤 사연으로 이웃간 감정의 극단을 치닫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된 굴다리를 나오면 마을 초입 도로를 따라 교통흐름을 막고 있다. 

수십년 마을 길, 이웃이 사유재산이라며 통행 차단해

사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를 보고 있는 속칭 외지인 최연주 사장의 하소연이다.

3년 전 새봄, 시누이가 경영하던 식당을 인수받아 서울 사람 최사장이 식당을 오픈하던 어느 날 앞 식당 P사장이 굴다리 중앙차선에 승용차를 주차시켜 차량 진입을 막고 있더란다.

황당스런 일에 차를 빼달라고 해도 P사장은 막무가내라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비로소 해결됐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허다했더란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서곡에 불과했다.

급기야 P사장은 굴다리를 지나 마을 초입의 도로를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마을 초입도로는 도로를 중심으로 최사장 식당과 P사장 식당이 마주보고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일명 관습도로와 다름 아니다.

그런데 마을 초입도로는 함양박씨 문중 땅 일부와 P사장 소유의 땅이라는 것이다. 함양박씨 문중 땅은 P사장이 주차용으로 임대해 사용중이다.

그렇게 내리 3년을 1년에 한 번씩 도로를 막더니만 올해 들어선 벌써 4개월째 도로를 막고 있단다.

경계표지 좌측으로 차량 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계표지 우측이 사유지다. 

앞 식당 P사장을 만나봤다. P사장은 말조차 못 붙이게 날 시퍼런 어조로 대화를 거부한다.

P사장은 이미 수차례 경찰이며 군청, 언론 등이 나섰던 터에 내성이 생긴 것일까 “할 말 없다. 맘대로 쓰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이곤 외면한다.

그럼에도 거듭 이웃간 이런 사태가 야기된 이유를 묻자 “세든 사람과 무슨 말을 하나, 주인도 아닌데…”, “마을사람들이 원해서…”, “호객행위를 하지 못하게…”, “굴다리를 막을 것”

상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발성 말을 잇던 P사장 “옥천군에 우회도로를 만들어달라고 민원을 제기해 군청에서 어제 현황을 파악하고 갔다”고 말한다.

우회도로? 만일 우회도로가 조성되면 도로분쟁이 해소될 수 있을까?

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마을이다. 주변 산세에 둘러싸여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여타 도로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형 구조 때문이다.

하여 이 마을 매운탕집 4곳의 고객은 거의 99%가 고속도로 이용 고객이다.

이 마을에 지방도와 연결되는 우회도로가 개설되면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굴다리에는 요금소가 만들어지든 지 폐쇄되든지 할 터란 우려가 앞선다.

최사장은 요즘도 스트레스와 속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3년째 이어진 도로분쟁은 반 포기상태라 해도 자신의 식당을 찾아오는 고객의 뒤통수에 대고 들릴 듯 욕설을 퍼붓는 것은 몹시 감내하기 어려워서다.

그럴 때마다 최사장은 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촉촉한 마음을 스스로 달랜다고.

3년째 도로분쟁으로 속앓이를 하는 최연주 사장, 고객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으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삭이려 한다. 

깊어만 가는 이웃 간 갈등의 골, 과연 알렉산더의 지혜처럼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내 버릴 묘안은 없는 것일까?

군 담당부서는 “대부분 마을안길은 사도인 경우가 많아 소송까지 진행되는 곳도 있다”며 “도로분쟁은 안타깝지만 군에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한다.

또 우회 도로와 관련해선 “신규 도로 개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돼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며 “안정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옥천군을 빠져나오며 최사장이 스스로 다독이던 말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맛있게 드시는 고객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삭히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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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나니 2020-09-16 22:06:35
귀농 귀촌 어렵다고 하던만...텃새가 심하다 못해 정말나쁜 사람이네요..금강휴게소에서 마을로 통하는길이 참 이색적이엿는데 거길 막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