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도시, 안녕을 묻다
회색빛 도시, 안녕을 묻다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5.14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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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환 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저쪽 하늘 밑으로 회색빛이 완연한 가운데 한밭을 둘러싼 그리 높지 않은 능선이 엷은 먹물처럼 번져 가는 오후

그 아래 누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도시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층 아파트가 상공을 향해 우뚝우뚝 즐비하게 솟아 있는 풍경

꽃밭 한 평, 나비 한 마리 없이 자연과는 멀리 공장에서 수많게 쏟아내 도심 가득 공간을 메우며 이웃을 가로막는 육중토록 거대한 벽

푸르렀던 허공에 아랑곳없이 조립되는 허구임에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콘크리트 박스값은 하늘만 쳐다보는 서민들과는 상관없이 심장을 멎게 하고 혼탁한 시야마저 막아 익사하는 그늘

이미 어느 나라에선 남의 일 같지 않게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빈 깡통으로 불리며 속출하기 시작하는 천덕꾸러기 산업 쓰레기더미들

가뜩이나 무거운 침체로 가라앉은 경제와 사회 분위기는 코로나19로 지쳐 허기지는데 백신을 비웃듯 신종 바이러스가 꿈틀대는 와중에 여기저기 흉악하게 난무하는 사건 사고 외 등등

지구도 기온을 망각한 어정쩡한 봄, 한 계절에 사계절을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이상기온은 지속 가능할 주변은 고사하고 어디 한 곳 나아질 기미조차 없어 분분해지는 오늘

전북 장수에서 발원돼 금산을 거쳐 대전 도심 한가운데에 흐르는 유등천에 맴돌다 금강으로 물길을 모으는 물줄기 따라 어디에서 왔는지 외로운 잿빛 두루미 한 마리가 목을 낮게 비행하며 먹이를 찾고 있을 뿐,

어디를 보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랑, 우정, 의리, 감동도 없이 메말라 건조한 분위기만 역력히 드문드문한 우울한 표정

살만해서 인심이 넘치고, 어른들을 공경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오순도순 가호마다 미소 가득 웃음소리 넘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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