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의 속삭임
돌들의 속삭임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5.28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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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정 신건이 作.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새벽이슬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자 간밤에 날아온 기별을 확인하고 전설로 흩어진 기억을 쫓아 야음을 틈타는 소리를 듣는다.

내일이면 몇천 세기 몇억 년 동안 전란(戰亂)의 시대를 맞는 성현(星峴)들의 순례가 일화처럼 하늘에서 펄렁거리고

예측을 뒤흔드는 습관으로 손가락 짚어보면 절묘하게 응축돼 머리를 치받던 놀라운 통찰은 두려움 없이 앞으로 향하는데

소용도 없이 다친 몸을 기어코 불러일으켜 세우는 아량 없는 허정한 흔적들은 하루 단 몇 분의 빛과 어둠만 교차하는 경계뿐

폭풍우가 범람할 적마다 울컥울컥 울음을 토해내며 통곡으로 아우성을 쳐도 소리조차 어둠을 뚫지 못하는 두꺼운 장막

산산이 부서진 오래되고 흐릿한 기억의 공간에 숨어있는 낡아버린 허울 속 엷어진 물비늘을 핥으며 붐비는 용기 있는 민낯

태고부터 골짜기에 몸을 빗질하고 호수와 냇가를 지나 바다로 향하는 강물까지 각자의 품속으로 소곤대며 따라가는 변형되는 밀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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