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울림으로 전하는 삶의 경지
영혼의 울림으로 전하는 삶의 경지
  • 류환 전문기자
  • 승인 2021.08.0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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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천 시인 ‘오월의 엽서’의 염원
추구의 멸도(滅度), 열반에서 찾는 길

[대전=뉴스봄] 류환 전문기자 = ‘나의 글쓰기는 고독을 편식하지 않는다.

영혼을 만나는 작업이다.

혀에는 뼈가 없고 글에는 뼈가 있다.

말보다 정직하며 자신을 문장으로 완성한다.

산다는 게 지겹다고 서쪽에서 해 솟지 않는다.

고집멸도에서 열반의 길을 찾는다.

나는 내일을 원하지 않는다.

노을이 묻은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장덕천 시인의 10번째 시집 ‘오월의 엽서’ 표지.

‘장덕천 시인의 10번째 시집 ‘오월의 엽서’(오늘의 문학)에서 시인이 전하고 있는 말이다.

절필을 하겠다고 두 번이나 마음속으로 결심하지만 다시 또 시를 지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드러내놓고 있는 시인의 허허로운 심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전시 동구 주산동 대청호 올레길 대청호반이 마당 앞에 펼쳐져 온갖 꽃들과 새들과 나무들과 함께 정원이 온통 고즈넉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어우러진 ‘글사랑 놋다리집’ 버팀목.

대전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문인들은 이곳을 한두 번쯤은 다녀갔을 터에 시인과 그의 글방을 모르는 이가 없다.

이따금 문인들이나 지인 그리고 둘레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일체 밖의 일을 멀리하고 고독을 즐기며 오로지 시상에 젖어 가슴속 움트는 여러 가지 상념들을 시 작업에 몰두하는 시인의 시심들이 명명하다.

밝히고 있듯 고독을 편식하지 않고 추구하는 멸도에서 열반의 길을 찾아 영혼을 만나는 작업을 통해 활자로 자신의 나머지 길을 갈무리하겠다는 다짐과 시인의 염원이 묻어난다.

양장본으로 제작된 시집 128쪽에 수록돼있는 100여 시편들 모두는 화자가 가리키는 방향과 그 물음으로 시인 자신의 시선과 견주하고 귀결시켜 숙성해 놓은 작품들이다.

장 시인은 황혼의 절세에 이르는 시인의 넉넉하고 따뜻한 시어들로 매듭짓고 있는 생의 경지를 충만하고 아름답게 도달하도록 도출해 가고 있음을 알게 하고 있어 시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장 시인은 이미 문단에서 잘 알려진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전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잘나가던 조직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면서 ‘상인’, ‘대리점 경영의 실체’를 발행해 많은 상인들에게 인정을 받던 경영인이었다.

그러던 중 40대 중반 교통사고로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장애를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문학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불편함 몸을 이끌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문학의 꿈을 실현시키는 끈기와 인내로 시 작업에 매진, 놀라움을 보여줘 찬사를 받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은 오늘도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좌절과 포기를 몸소 실천해 자신이 만든 ‘글사랑 놋다리집’ 문학공간에서 아름다운 대청호를 바라보며 열반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더위 속 4단계로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진통을 겪고 있는 언택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상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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