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로 본 드라마 속 ‘김찬홍’ 대표, 재평가받을까?
카카오 사태로 본 드라마 속 ‘김찬홍’ 대표, 재평가받을까?
  • 박상배 기자
  • 승인 2022.10.1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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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태 이전과 이후에서 본 우영우 재판, 과연 어느 것이 정의일까?
박상배 기자.

[대전=뉴스봄] 박상배 기자 = 지난여름 들어보지 못한 신생채널 ENA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넷플렉스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감동과 사랑을 선사했다.

그중 15회와 16회 국내 최고의 IT기업 해킹사건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눈에 띈다. 잘나가는 IT회사의 공동대표, ‘김찬홍’ 씨가 자기 회사의 고객을 상대로 해킹을 사주해 회사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 사건이다.

그 사건의 원인은 “‘배인철’ 공동대표 정신을 차리게 해주려고, 그는 장사꾼이야. IT기업은 개발자 정신이 중요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려주자 그 개발자 정신” 하지만 드라마는 자신의 회사를 곤경에 처하게 만든 김찬홍 대표의 범죄로 결말을 맺었다. 또한 대다수의 시청자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3시에 터진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인해 카카오가 곤경에 처했다. 그 화재로 인해 2일 동안 먹통이 됐고, 5일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전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입이요 말이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 5000만명 중 4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핸드폰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우리나라에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런 독점적 플랫폼은 없었다.

‘카카오’는 이런 막강한 독점적 이용고객을 가지고 SNS 메신저를 넘어 검색시장에 진출하고, 콜택시, 대리운전, 각종 게임, 배달시장 등에 진출하고 있으며, 지금은 카카오뱅크까지 진출해 그 영역을 극한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목줄을 죄고 있다고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카카오 하나를 쓰는 것이 지극히 편하고 또한 통합관리가 가능한 사안이다. 즉 기업에게 이런 독과점시장을 만들어 낸 성과이자 마케팅의 표본이다.

‘카카오’ 사태를 보면서 우영우에서 나온 ‘김찬홍’ 대표는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회사가 지난 수년간 주식시장에서 수백조원을 쓸어담으면서 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센터 확충 및 서비스 투자에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회사는 분명히 위기가 오고 근본적인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지금 꼭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극약처방이라도 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지금도 문제가 없는데 보이지 않는 위협을 대비하는 것은 경영진 입장에선 중복투자이자 과잉투자로 인식될 수 있다. 마케팅전문가 ‘배인철’ 대표와 개발자 출신 ‘김찬홍’ 대표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서 나오게 된다.

우리는 흔히 ‘공정’이 정의라고 말한다. 공정은 사전적 의미로 ‘공평하고 올바르다’라고 말한다. 위 사안에서 정의는 무엇일까? ‘카카오’ 사건 이전과 이후의 생각은 바뀌게 된 것일까?

우리는 ‘정의는 언제나 옳다’라고 말한다. 그럼 이 말은 정의일까? 소수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이 정의인가? 언제나 법에 맞는 것이 정의인가? 강자보다 약자의 편이 정당하고 정의로운가?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주장이 더 정의로운가? 그렇다면 정의는 때와 장소에 따라 바뀌는가? 남녀가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수 있고, 세대가 생각하는 정의는 또한 같은 것이 아닌가?

위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정의를 쉬 끄집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의는 단칼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따르라고 하는 측면이 있다.

‘카카오’ 사태 이전과 이후에서 본 우영우 재판은 어느 것이 정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정의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의는 자신들의 색으로 각색되고 변하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그때그때 달라요’ 하는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편을 보면, 정의는 법을 지킨 회사가 아니라 회사에 경각심을 줘 미래 위험에 대비한 김찬홍 대표가 되는 것 아닌가?

만약 그 말대로 그 IT회사가 데이터센터, 전용망 관리, 보안관련 설비 등에 투자했다면 이런 경우 뭐라고 했을까? ‘유비무환’, ‘선견지명’ 이란 말을 했을까? 주주들에게 중복투자, 과잉투자에 의한 비판으로 조기에 물러났을까? 일어나지 않는 가상의 드라마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만약 카카오가 김찬홍 대표 같은 사람이 있어서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카테고리 플랫폼에 투자해 시장을 싹쓸이하는 와중에도, 그 중 어느 정도만 개발자 정신에 입각한 투자를 선행했다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럼 김찬홍 대표는 법을 어겼지만, 다수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었기에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는 국가적 재난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이것도 맞는 말일까?

다수가 이용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좋으나, 그동안 각종 경쟁에서 이겨내고 국민 SNS를 일군 기업에 정부가 숟가락을 얻겠다는 것인가? 과연 이것도 다수의 행복이기에 정의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국민을 앞세워서 기업과 국민의 사적영역에 간섭하는 것이 정의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

이번 ‘카카오’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식만 바라보는 주주로서, 지난 시절 자기 혼자 정의라고 부르짖고 법을 어겼지만 무조건 기본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그리고 중복투자라도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런 이상한 대표가 없었던 ‘카카오’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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