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두사미로 끝난 둔산센트럴파크, 혈세 400억원은 어디로?
[단독] 용두사미로 끝난 둔산센트럴파크, 혈세 400억원은 어디로?
  • 육군영 기자
  • 승인 2023.02.23 2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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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공약으로 날아간 혈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식생체류지.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식생체류지.

[대전=뉴스봄] 육군영 기자 = 대전시가 무리하게 추진한 둔산센트럴파크사업(도심 생태·녹지축 연결사업)이 슬그머니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반대를 뿌리치고 추진한 사업치곤 초라한 결과였다.

둔산센트럴파크사업은 민선7기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2018년 당초 계획은 서구 둔산동 소재 보라매공원부터 둔산대공원, 샘머리공원 등 125만3000㎡를 연결해 거대 생태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센트럴파크’라는 사업명칭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도심공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러니까 대전 도심에 대규모 자연친화형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대전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VR항공체험시설이 포함된 공군테마공원, 공원을 연결하는 고원식 횡단보도, 빗물을 활용한 물순환 테마파크, 도시바람길 조성 등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도, 사업 타당성도 없는 전형적인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 첫 단추부터 논란에 휩싸인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가 예산문제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는 2018년 기준 약 2000억원으로 전국 광역시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39.5%의 재정자립도를 지닌 대전시가 쉽게 추진할만한 사업이 아니었다.

미래통합덩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
2018년 국정감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질의하는 이은권 전 의원(대전 중구).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도 2018년 10월 국토위 국정감사 당시 “허 시장이 낙선하면 센트럴파크 사업자체가 표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야당이었던 당시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이었던 육동일 교수도 “시민참여와 공감대 형성이 결여된 사업이자 대전시의 침체위기와 재정문제를 고려치 않은 졸속행정”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심지어 같은 여당 출신 일색으로 구성된 대전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센트럴파크 홍보예산으로 책정된 6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대전시는 이런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허태정 시장은 시민의 힘으로 공모절차를 거쳐 충분히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다고 했으나 사업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2020년 5월15일 사업조정과정을 거쳐 당초 예산의 19% 수준인 389억400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도심 생태 녹지축 연결사업 추진내역.
도심 생태 녹지축 연결사업 추진내역.

대전시는 사업을 ‘둔산센트럴파크사업’에서 ‘도심 생태·녹지축 연결사업’으로 슬그머니 명칭을 변경하고 사업기간을 6년 단축시킨다. 공식적인 이유는 시민들이 공감하는 공약명칭으로 변경했다는 것이 대전시의 주장이지만 프로젝트를 사실상 백지화시킨 것과 다름없었다.

예산도 국비로 확보한 374억원에 이미 투입된 시비 15억4000만원을 합쳐 389억4000만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사업을 하긴 했다는 구색만 갖춘 꼴이다.

그렇다면 389억4000만원의 예산은 계획대로 사용됐을까? 취재결과 여기저기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전지방법원 전경.
대전고등법원 전경.

우선 당초 계획상에는 없었던 대전고등법원 옥상에 연못과 휴게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 추가된 것이다. 이 사업에만 4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해당 공간은 법원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법원 측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서 민원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법원 직원들만 사용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혈세 15억원이 투입된 보라매공원 지하보도 생태가든 조성사업도 지난해 이미 완료 처리됐으나 결로가 발생하면서 23일 현재까지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라배공원 지하보도 입구.
보라배공원 지하보도 입구.

280억원이 투입된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계획도 당초 계획이었던 물순환 테마파크가 아닌 공원 보도블럭을 투수성 포장블록으로 교체하고 보도 인근에 땅을 파 식생을 식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보도블럭 옆 식생체류지의 경우 시민들의 잦은 낙상사고가 발생하자 울타리를 이중으로 둘렀으며 물순환을 위해 설치된 장비는 관리가 안 된 상태로 공원에 방치되고 있다,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계획으로 인해 공원의 보도블럭이 투수블럭으로 교체됐다. 

취재 중 만난 지역 주민들에게 둔산센트럴파크 사업에 관해 물어보니 “아직 사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사업을 종료한다는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나온 적 없으니 무리도 아니다. 사실을 전하자 한 주민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대체 400억원의 돈이 어디로 사라진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전시에 정치인들이 던진 선심성 공약으로 날아간 혈세가 무려 389억원이다. 그 돈이 물 쓰듯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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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로 2023-03-08 21:27:02
이곳이 그 유명한 육기자님이 계신 성지군요~ 방문하고 갑니다!!